- ‘위기의 건설산업’ 토론회
공사기간·공사비 부족 불러
해외 수주 경쟁력 크게 약화
건설현장 특례 적용 등 제시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 제도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노동당국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공사비가 최대 14.5% 증가하고 관리직 근로자 임금은 평균 1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지난 7월 1일부터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단축되면서 건설업계는 공사 기간 및 공사비 부족,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 등을 호소하고 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한국의 장시간 근로 관행 탈피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근로시간 단축의 당위성이 인정되나, 혼란 방지 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특히 건설업은 고용형태·근로환경·생산방식 등이 다른 산업과 달라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신보라·이은권·추경호 의원이 공동개최한 ‘위기의 건설산업, 근로시간 단축 대응방안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박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으로 △공기 연장·공사비 증액 △진행 중인 공사의 적용 제외 △추가 인력 배치에 따른 지원 △특별연장근로 대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해외 건설현장 특례 적용 등을 내놨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7개 공사 현장(공공공사 29개, 민간공사 8개)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분석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관리직 임금은 평균 13%, 기능 인력 임금은 평균 8.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총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직접 노무비는 평균 8.9%(최대 25.7%), 간접 노무비는 평균 12.3%(최대 35.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건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나왔다. 김응일 서천건설 대표는 “노동은 근로자에게는 신성한 가치이며 삶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노동을 규제하는 것은 공부하는 학생에게 공부 시간을 정해놓고 공부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건설 근로자들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젊을 때 많은 일을 해서 노후를 준비하고 가장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대식 두산건설 상무는 “최근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