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 부정적 댓글 극심…결국 터진 ‘불안과 불만’

민주노총에 부정적 댓글 극심…결국 터진 ‘불안과 불만’
입력2022.12.12. 오후 9:38 수정2022.12.12. 오후 9:47 기사원문
민주노총, 작년 시위 계기 ‘미운털’…댓글 65%에 부정표현
전국노동자대회 열린 지난해 7월, 혐오 댓글 전월 대비 7.6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4월 13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 쟁취 결의대회’를 갖고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노동개혁 정책을 비판했다. 최현규 기자.
네이버 기사 댓글 중 ‘민주노총’이 언급된 댓글에서 다른 여러 토픽보다 유난히 혐오 분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팀과 2021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네이버 기사 약 537만개에 달린 약 1억2000만개(사회 5000만개, 정치 7000만개) 댓글을 종합해 ‘토픽모델링’ 분석했다. 그 결과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민주노총’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10개 중 6.5개는 기타 혐오, 악플·욕설 등 혐오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토픽모델링은 다수의 댓글에서 맥락이 비슷한 댓글들을 모아 추려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 기법이다. 연구팀은 스마일게이트 AI프로그램 ‘언스마일’을 활용해 여성·가족, 남성, 성소수자,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악플·욕설, 비혐오(clean)로 분류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해 7월,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민주노총’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수는 같은 해 6월 대비 9배가 늘었다. 혐오 댓글의 비중도 전월 대비 약 7.6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 부문 기사에 달린 ‘민주노총’ 관련 내용을 다룬 댓글의 57%가, 사회 부문 댓글의 60%가 혐오 댓글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던 것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지난해 7월이었다. 정치·사회 부문 기사에서 ‘민주노총’ 관련 내용이 들어간 댓글 수는 같은 해 6월 대비 9배가 늘었다. 혐오 댓글의 비중도 전월 대비 약 7.6배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약 2시간 동안 기습 시위 및 행진을 진행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시점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극우단체의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대응 태도가 달랐다는 점에서 반대 정파의 사람들로부터 공격대상이 된 측면도 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12층 회의실에서 총파업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민주노총의 투쟁 방식뿐 아니라 내용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민주노총은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이행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집회 및 시위 강행을 했는데, 구직난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에겐 오히려 불공정한 행태로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12일 “예전에도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은 민주노총이 품지 못하는 영역 밖 청년들이 늘었고, 그들이 온라인에서 노조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노조가 우리 사회 전체의 대의를 추구하는 운동도 했지만 지금은 정년 연장, 임금 인상 위주로 구도가 잡혀서 반감이 많이 생겼다”며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도, 정규직 전환을 바라는 계약직과 정규직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도 부정적인 감정 발화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청년 세대에게는 민주노총 역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집단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에 대한 변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노조 보다는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도달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불안함을 메우기 위해 주식 투자와 영끌을 계속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 확장을 자신의 입장과 동일시하다보니, 자신의 생존과 돈벌이를 기업의 자본 확장과 일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작성된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다. 1단계에서 데이터 스크래핑으로 댓글이 20개 이상 달린 기사 약 537만개를 선별하고, 여기에 달린 댓글 약 1억2000만개(사회 5000만개, 정치 7000만개)를 수집했다. 2단계에서 길이 3자 이상 300자 이하 댓글을 추출하고, 3단계에서 공감 및 비공감 수가 20개 이상인 댓글을 골라냈다. 마지막 4단계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노이즈’ 댓글을 제거해 최종적으로 약 47만개(사회 27만개, 정치 20만개)의 댓글을 살펴봤다.
데이터 스크래핑과 댓글 전처리 등의 과정에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 패키지를 사용했고, 혐오 내용 분류에는 스마일게이트(Smilegate) AI에서 공개한 언스마일(Unsmile) 한국어 혐오 분류 모델을 활용했다. 혐오 분류 모델은 혐오단어 매칭을 통해 댓글의 혐오 수준을 파악하고, 단어 앞뒤의 맥락을 고려해 혐오문장을 판단하는 문장 수준의 딥러닝 기반 자연어처리 분류 모델이다. 해당 모델은 악플과 일반 댓글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넘어 총 10종류의 혐오 유형을 분류한다. 그 종류는 여성/가족, 남성, 성소수자,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악플/욕설, 비혐오(clean) 등 총 10가지다.
동시에 BERTopic 알고리즘으로 토픽모델링 분석을 진행했다. 혐오 분류 모델이 미리 학습된 10가지 혐오 유형을 각각 분류하는 지도학습기반의 알고리즘이라면, BERTopic은 여러 댓글을 함께 분석해 맥락이 비슷한 댓글을 하나의 군집으로 묶는 비지도학습기반 알고리즘이다. 이러한 토픽모델링 기법은 미리 정해놓은 혐오 유형 외에 댓글 텍스트에 내재한 새로운 주제와 맥락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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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전소, 댓글창’ 시리즈의 상세한 데이터와 사례는 인터랙티브 페이지(“https://westophate.kr/”)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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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연 기자(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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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민일보 기자 나경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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