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쉬워지면 학원 안다녀"…학원가 학생 이탈 조짐, 학부모 반응은?
"수능 쉬워지면 학원 안다녀"…학원가 학생 이탈 조짐, 학부모 반응은?
김도균 기자입력 2023. 6. 19. 15:30수정 2023. 6. 19. 15:50

"저희 딸한테는 오히려 잘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신모씨(45)는 이렇게 말했다. 딸은 학원·과외 없이 1~2등급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상위권 학생이다. 신씨는 "EBS 위주로 보면 된다는 것 아니냐"며 "원래도 학원을 안 다니는 애니까 학원을 가야 한다는 걱정은 좀 덜 것도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공정 수능' 기조를 천명하면서 사교육 시장에서 벌써부터 학생 이탈 조짐이 보인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능을 앞두고 사교육비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거나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사교육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한 차례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능 문항의 70%를 EBS 교재에서 연계 출제해 시험의 범위와 유형을 한정한 직후다. 당시 정부는 과목별 만점자가 1% 이상 유지되도록 하는 쉬운 수능 기조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수능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교육부가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최근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날 정부와 여당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킬러문항)은 수능에서 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학원가 안팎에서는 과거처럼 사교육 시장이 축소되는 효과가 당분간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서 입시 전문 단과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수능이 쉬워진다고 하면 학생들 입장에선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수험생 아들은 둔 학부모 이모씨는 "영어나 생명과학 같은 과목에서 정말 어려운 문제는 대학교수님들도 못 푼다더라"며 "변별력이라는 명목으로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내 사교육에 의존하게 하던 기존 수능에 비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갑자기 변화된 출제 기조에 당황스럽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수험생 학부모 강모씨(53) 역시 "입시 계획이라는 게 빠르면 중학생 늦어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짜이는데 이제 와서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하긴 하지만 더 어려워지는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오는 9월 모의고사가 향후 수능 난이도를 점쳐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현 단계에서 불안을 최소화하려면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의 기조대로 난이도를 낮추면서도 이른바 '물수능' 수준까지는 아닌, 그 '줄타기'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의 한 영어학원 강사 A씨(33)는 "6월 모의평가가 다소 어려웠는데 9월 모의평가가 '공정 수능' 기조에 맞춰 쉬워진다고 학생들이 학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능이 어려울지 쉬울지 모르는 불안감에 학원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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