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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72조 안겨주던 '효자국' 중국 잊어라…작년엔 10조 '가져갔다'

정외철 2023. 6. 23. 09:24

 

한해 72조 안겨주던 '효자국' 잊어라…작년엔 10조 '가져갔다'

김혜지 기자입력 2023. 6. 23. 06:05수정 2023. 6. 23. 08:40

작년 대중 경상수지 '적자'…올해도 무역적자 지속

정부 "외교탓 아닌 구조적 문제…수출 다변화해야"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앞두고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중국이 '한국의 수출 효자국'이라는 이름표를 10여년 만에 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상품·서비스 등 경상거래로 벌어들인 수입(경상수지)이 지난해 21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불과 1년 새 130% 넘게 추락했다.

지난 10여년간 누렸던 중국 특수가 이제는 사라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이 같은 관계 변화가 국제 외교의 결과가 아니며,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구조적 산물이라고 보고 있다.

◇대중 경상수지 21년 만에 적자…올해도 무역적자 지속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경상수지는 77억8000만달러 적자로, 관련 통계 자료가 존재하는 1998년 이후 가장 나빴다.

1년 전의 234억1000만달러 흑자에 비하면 311억9000만달러(-133.2%) 급감한 수치다.

대중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1년(-7억6000만달러)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반도체 가격 하락에 반짝 적자를 봤으며, 그 이후로 우리나라는 한 해도 빠짐없이 대중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 왔다.

이번에 대중 경상수지가 악화한 것은 상품 교역 악화 영향이 크다.

지난해 대중 상품수지는 마이너스 100억6000만달러로, 전년 155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전년비 감소율이 -164.5%에 이른다.

대중 상품수출은 작년 통관 기준 1232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9.8%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상품수입은 거꾸로 10.2% 증가한 133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대중 수출 감소는 지속 중이다.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대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78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4분기의 -26억2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3배 가까이 불었다.

◇9년전 72조 이득보다 이젠 10조원 손해…외교 탓?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경상거래를 통해 우리나라에 막대한 자금을 건네준 '최대 수출국'·'수출 효자국'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대중 경상수지는 2009년(162.2억달러)부터 꾸준히 100억달러대 흑자를 써 왔으며 지난 2013년(560.1억달러)에는 역대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많게는 한 해 72조원 정도를 안겨준 국가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시작된 2017년 무렵부터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더니 2020년에는 172억5000만달러, 2021년에는 234억1000만달러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대중 경상수지 적자를 현 환율로 환산하면 10조원 정도가 나온다. 과거엔 상품 교역과 서비스 거래를 통해 한 해 72조원의 흑자까지도 안겨줬던 국가가 이제는 거꾸로 10조원의 적자를 안겨줬다는 뜻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속 우리나라의 외교에서 원인을 찾곤 한다.

◇정부 "중국 성장 구조적 문제…돌파구는 수출 다변화"

정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을 덜하는 구조로 변한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민의힘 공부 모임에 참석해 "최근 한미 동맹이 워낙 강해지고 외교 관계가 긴밀해지니까 중국을 멀리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추 부총리는 "대중 무역수지는 2013년을 정점으로 그 이후 계속 떨어졌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혼밥' 먹고 중국을 가까이하면서 '올인'을 할 때에도 역시 이 경향성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자체의 경쟁력이 계속 커지는 것"이라며 "우리한테 수입하던 것을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하고, 한한령 등에 (한국산) 소비 위축이 생겨 자국산 수요가 생기는 등 더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만 아니라 중앙은행 한은의 이창용 총재도 같은 생각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부임 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8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일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경제를 살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대중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수출하는 상품이 중간재인데 이를 중국 기업이 굉장히 많이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십몇년간 중국 특수로 얻었던 많은 혜택이 이제는 사라진 상태라고 보고 다시 한 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국 특수 소실은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도 공감했다. 이 총재는 "외교 문제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가 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결국 수출 다변화 등 경쟁력 제고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 중심에서 수출을 다변화하고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인도·중동·유럽 등으로 시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많이 다변화해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 관계가 격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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