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모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억원을 가입한 주부 한모씨(42). 당시 김씨가 가입한 정기예금의 금리는 5% 수준이었다.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을 선호해온 한씨지만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무엇인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중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떨어지는데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8%를 웃도는 저축은행 고금리 상품에 유혹을 느낀 한씨가 선택한 카드는 바로 `예금담보대출`.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할 경우 1% 내외의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만큼 예금은 그대로 둔채 이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예금담보 대출금리는 6.5%였다.
한씨는 이 자금을 8.5% 고금리를 제공하는 H저축은행의 정기예금에 예치했다.결과적으로 한씨는 앉은 자리에서 2%포인트 차이에 해당하는 이자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 등을 제외하더라도 예금담보대출을 통해 1년간 얻게 될 추가수익은 80만원에 달한다.
한씨의 재테크 방식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차가 커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금리 따먹기`의 대표적 사례다.
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에서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은행 정기예금을 만기전에 깰경우 금리에 손해를 보지만 예금담보대출을 받으면 금리차만큼만 손실을 감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은 과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차는 1~2%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차가 2~3%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시중은행들이 7%대 후순위채를 잇따라 발행하면서 저축은행들이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이보다 높은 8%대 금리를 대거 책정했기 때문이다.이런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차이를 이용해 `금리 따먹기`를 노리는 `재테크 달인`들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돈이 묶여있는 고객들이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면 고스란히 2% 내외 수준의 이자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고객이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정기예금 금리에 1.3~1.5% 내외를 추가한 금리를 책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 금리가 5%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6~7%선. 8%대 저축은행 예금금리와 2% 가까운 차이가 나는 셈이다.
결국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분을 제외하더라도 연 1.5% 수준의 이자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모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고객들의 금융상식에 대한 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저금리 시대로 인해 조그만 이자율 차이에도 고객들이 민감해지면서 이런 금리 따먹기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창구 직원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