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6. 10:11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땄지만 월 130만원짜리 계약직이라도…."
지난 13일 오후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 구직상담을 온 30대 초반 여성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 유학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꿈이 많았지만 학위를 따서 돌아와 보니 고학력자일수록 현실은 냉혹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사무직 계약직으로 100여만원을 받고 일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 다시 일거리를 찾고 있다. 깔끔한 차림의 그는 짧은 대화가 끝나자 300∼400여명이 들어찬 실업급여 신청 대기소로 들어갔다. 이 센터에서만도 그와 같은 석사학위 이상 고학력자의 구직 희망 등록건수가 매달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11월 17일 '감원한파…구직 잔혹사 시작됐다'를 게재한 후 그간의 추이를 살피기 위해 약 3개월 만에 이 센터를 다시 찾았다.
서울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는 서울 마포, 은평, 서대문 3개 지역을 관할한다. 3개월 만에 하루평균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30여명에서 250명으로 2배가량 치고 올라갔다. 마포, 은평, 서대문 3개 지역에서만 매일같이 실직자가 최소 250명씩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유혜숙 실업급여 상담사는 "아침부터 근무시간이 종료되는 오후 6시까지 매일 100명 이상씩 상담하다 보니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실업급여를 처음 신청하는 사람은 센터에서 실업급여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200평 남짓한 대형 강의실엔 갓 실직한 사람들로 옴짝달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강의실은 10여분 만에 구직자들이 내뿜는 한숨에 공기가 텁텁해지기 시작했다. 일부 50대 신청자들은 복잡한 실업급여 신청서를 연방 들여다보다 30대 젊은 실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 3개월 동안 이 고용지원센터에 등록된 구직자 수는 월평균 1000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구직 희망 등록자 수는 3500여명이었지만 12월엔 4600여명, 지난 1월엔 6000여명까지 늘어났다.
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 최일영 팀장은 "계약기간이 끝나 새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매일 쏟아져 들어오지만 구인인원은 35% 정도 감소해 구인과 구직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취업이 성사되는 사례는 10명 중 2명 수준에 불과하다.
한 상담사는 "갓 실직한 사람일수록, 고학력자일수록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엔 낮춰서라도 들어가자는 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이렇게 자존심을 구기고 지원을 해 봐도 기업들이 뽑아주지 않아 고학력 구직자들은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고 덧붙였다.
인사 분야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가 지난해 말 실직한 30대 후반 남성은 "날이 갈수록 초조함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황수경 소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눈높이를 낮추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 때 대학을 졸업한 1990년대 초반 학번들이 두 번째 시련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며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들이 IMF 외환위기와 벤처 붐을 동시에 겪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아 우리 사회 구직 '잔혹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각종 경제지표로 볼 때 이 같은 구직자들의 시련은 올 상반기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기자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환 추기경 선종(善終) (0) | 2009.02.16 |
---|---|
'무보증 중기대출'도 전액 만기연장 (0) | 2009.02.16 |
수출,각국 보호무역 조치 (0) | 2009.02.16 |
교과부,마이스터교 21개교 선정 (0) | 2009.02.15 |
벽지 학생도 할수있다. (0) | 2009.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