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 23:33ㆍ카테고리 없음
③ 한발 앞선 삼성式 모델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경영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과 함께 상호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한 협력회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윤우 부회장, 2008년 7월 22일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식에서 )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진정한 초일류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생 경영을 적극 실천해야 하며 우선 협력업체와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의 파트너십을 확고히 해야겠다" (이윤우 부회장, 2008년 10월 월례사 中)
지난해 5월.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상생협력실'을 신설하자, 업계의 이목은 온통 이 새로운 조직으로 집중됐다. 회장 직속의 별도 조직으로, 실장에 조원국 부사장이 선임됐다는 것 외에는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상생협력'을 크게 주목하지도 않았던 때였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당시 구미공장 휴대폰 임가공 협력업체들의 납품 거부 등으로 발생한 대외 이미지 훼손을 봉합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1년 여가 흐른 지금. 삼성전자 상생협력실은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롤 모델'로 정착했다. 유재준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삼성전자의 성공적인 '상생경영 DNA'를 널리 퍼뜨려 산업계 전체에 보편화시킬 필요있다"고 강조했다.
◆ "협력업체의 목소리를 들어라"= 상생협력실은 신설 후 가장 먼저 협력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수렴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VOC전담인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콜센터와 이메일 접수시스템을 구축해 상시적인 의견청취와 상담을 진행했다.
상생협력실은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과 기술, 자금 등을 지원하고, 사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컨설팅을 실시했다. 정부, 대학 등 외부기관과의 협력프로그램도 실시, 협력사의 종합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일류 기업의 실현은 협력회사의 경쟁력이 확보돼야 가능한 것"이라며 "상생은 대기업만의 노력이 아닌 상호간의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관계정립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1350여개 협력사(자회사 협력사 포함)와 '하도급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하면서 협력사와 '동반자적 관계'를 한층 강화했다. 상생협약 참여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상생협력실 신설 이래 처음 거둔 가시적인 성과였다.
이와 함께 TOC(Transparent and Opaque Color)설비에 대한 무상지원과 VOC수집을 위한 체계적 시스템 정비, 협력사 임직원을 위한 각종 포럼을 개최할 수 있었던 것도 상생협력실이 있기에 가능했다.
◆ 왜 '삼성식 상생협력'인가= 삼성전자의 상생경영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정부와 산학 협력을 통해 만들어 낸 와이브로(모바일 인터넷) 상용화 기술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를 두고 "전세계가 주목할 만한 상생협력 모델"이라고 평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이 밑바탕이 됐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투명함과 색채명암을 구현한 ToC라는 이중사출 소재를 개발했는데, 이는 사출업종을 첨단기술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례는 여전히 대표적 '삼성식 상생협력 모델'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화 등 9개 TV 부품 협력사에 총 730억원을 무상 지원했다. 이는 전년도(490억원)에 비해 49%나 늘어난 것이다
'삼성식 상생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한 기업도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PSK'는 반도체 원료인 웨이퍼를 특수가공 하는데 쓰이는 '애셔(Asher) 장비'를 국산화했는데 1년6개월간 양사 개발진이 함께 이뤄낸 성과다. 이 회사는 2007년에는 세계시장의 24%를 차지,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협력사 종합경쟁력 확보에 주력=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치의 공유'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자가 필요한 경쟁력 축적'. 삼성전자가 지향하는 '상생경영'의 방향이다.
삼성전자의 상생경영은 이를 통해 협력사들의 종합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전략적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을 강화해 한국적 사회·문화·경제 환경 하에서 지속 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생모델이 정착되기 위해선 기업들 뿐만 아니라, 정부와 학계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핵심 및 주변기술을 확보하고, 대기업은 미래전략 기술에 집중하되, 정부는 일관된 중소기업 정책을 지원해 주는 등 분명한 역할 분담을 통해 성공적인 '상생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