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일 석탄공사 사장(60·사진)이 만화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 내놨을 때 주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막장에 내려갈 때마다 무엇인가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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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도 어려운 막장에서의 석탄 채굴을 사람을 대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출발은 단순한 곳에서 나왔다.
또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다. 89년 석탄산업합리화에 따른 감산으로 석탄공사의 경영상황은 날로 악화됐다. 부채만 1조3000억원에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적자는 1048억원에 달했다.
석탄공사는 지난해 이미 전체 인력의 16%인 384명을 줄이고 홍보실조차 없애버렸다. 본사 직원은 현재 70명이 고작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했지만 적자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조 사장은 KAIST 등 전문가들에게 채탄로봇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정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열은 공청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왔다. 만화 같은 상상이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로 바뀐 것이다.
조 사장은 "부채와 만성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했다"며 "원격조정 채탄로봇을 이용하면 생산성을 30% 가량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탄로봇 개발에는 30억원 가량의 연구비가 든다. 대당 제조비는 대략 8000만~1억원 가량이다. 이는 막장 노동자 2명의 1년 임금 수준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석탄 채굴 비용이 수입하는 것보다 더 들지만 채탄로봇을 도입하면 생산성이 높아져 3년 이내에 흑자구조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채탄로봇 개발 이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유휴부지를 이용해 풍력,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6개 분야 12개 사업 아이템도 새로 발굴했다.
조 사장은 "처음에 만화같은 상상이었지만 전문가들의 조언과 타당성 검사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정부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채탄로봇을 통해 만년 적자인 석탄공사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30년간 농협에서 근무하다 2005년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지난해 석탄공사 사장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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