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교수,녹색계량기

2009. 5. 3. 00:17세계 아이디어 상품

"계량기 하나만 바꿔도 전기료 70% 아낍니다"

'녹색 계량기 전도사' 경원대 홍준희 교수
택시 미터기·주유기처럼 방·거실 등 전기 사용요금 사용량과 함께 실시간 표시

아무도 없는 방, 전기스탠드와 컴퓨터 모니터에서 종이 영수증이 끝없이 나와 수북이 쌓인다. 현실은 에너지 절약 광고 장면과 같다. 택시나 주유소의 미터기처럼 전기료가 10원, 100원 착착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 계량기 전도사'인 홍준희(46) 경원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계량기가 녹색이 아니라 가정에서 전력을 얼마나 썼는지 매 순간 보여주는 게 녹색 계량기입니다. 신발장 뒤나 대문 밖에 있던 계량기를 거실로 꺼냅니다."

홍 교수는 "거기 달린 모니터가 방, 거실, 화장실에서 쓰는 전력량과 요금을 가르쳐준다"며 "지갑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걸 그냥 놔둘 소비자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는 전기기구 하나마다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홍준희 교수는“방과 거실, 화장실에서 쓰는 전력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전기를 절약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구형 계량기다. / 채성진 기자

그는 한달 전기료가 22만원인 가정의 사례를 들었다. "처음엔 가족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습관 때문이죠. 그러다 차차 달라졌습니다. 방에서 나가면서 꼭 불을 끄고 안 쓰는 플러그는 뽑아 놓는 거죠. 몇달 뒤 나온 전기료가 6만원입니다. 80가구를 실험하니 전기 사용량이 15% 줄었습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은 홍 교수는 1995년 경원대에 부임했다. 2005년 녹색 계량기 개발에 착수해 4년 만에 결실을 봤다. 전국 15개 연구팀, 100여명의 연구진이 그와 함께 일했다. 그의 녹색 구상은 LS산전 중앙연구소에서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되고 있었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연구실의 녹색 계량기의 모니터에는 전기 사용량과 현재 요금, 예상 요금이 나타났다. 전력의 품질을 모니터하고 갑작스럽게 전력을 많이 쓸 때 대처하는 서비스도 있다. 홍 교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로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의 쌍방향성을 통신시장에 빗댔다.

"휴대전화 요금은 시간, 지역, 이용자에 따라 다양하지요. 그런데 전기료는 전력사용량 딱 하나였어요. 누가 언제 얼마만큼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지 정보가 없어 대충 어림잡은 평균값을 모두 똑같이 받아들여왔던 겁니다."

그는 전력 생산 단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전기를 덜 쓰는 오프 피크(off peak) 때는 원전(原電)을 가동하기 때문에 단가가 낮아요. 피크 타임에는 석유·석탄·가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단가가 뛰죠. 한전에서 소비자들에게 전력 소비를 10% 줄이면 요금을 깎아준다는 정보를 보내면 어지간한 가정이라면 사용량을 줄이겠죠? 소비자는 비싼 요금을 안 내서 좋고, 한전은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되니 윈·윈(win·win) 아니겠습니까."

이 같은 지능형 전력망은 오는 8월쯤 경원대 비전타워에 설치된다. 3000가구 규모의 시범 마을 건설도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쯤 전국 규모의 지능형 전력망이 갖춰질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홍 교수는 '전기 자동차 전도사'로도 나서고 있다. 충전된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 자동차가 미래 에너지 시장 구조에 거대한 변혁을 가져올 주역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