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동향 잘 파악하면 돈이 보인다

2009. 5. 5. 10:05부동산 정보 자료실

거래 동향 잘 파악하면 돈이 보인다

거래 동향 잘 파악하면 돈이 보인다

가격 떨어져도 거래량 늘면 회복징후

 
5만1941대 6440. 이게 무슨 수치냐 하면 2006년 11월과 08년 11월의 서울시 부동산 거래건수 비교다. 월별로 따져 최고로 거래가 활발했던 2년 전 시절과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요즘의 부동산 거래 시장의 현주소로 올해 무려 87.6% 감소했다. 수치로만 봐도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다소 가라 앉은 시기였던 지난해 같은 달의 거래량도 2만3141건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이다.

최근 발표된 서울시의 부동산 거래 동향은 가뜩이나 싸늘한 시장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고 말았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관청에서 거래 위축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집을 사려던 사람도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적지 않은 듯하다.

06년 상황을 잠시 생각해보자. 한동안 잠잠하던 아파트값이 그해 9월부터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11월 집값이 사상 최고조로 폭등, 수요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격폭등에 불을 지른 것은 은평뉴타운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이 될 것이라는 보도였다. 당시 뉴타운 인근 지역인 불광동 일대의 아파트값이 평당 800만~900만원인 마당에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돼 주변의 기존 아파트값까지 끌어 올렸다.

여기다가 한참 외곽으로 불리던 파주신도시 한라건설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300만원대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기존 아파트 시장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러웠다. 그 당시 파주권 아파트값은 평당 700만원대였으니 이들 아파트값도 자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 벌어지자 집값이 너무 비싸 망설이던 돈 없는 수요자들까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히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은행 돈 등을 끌어다 너도 나도 매수대열에 합류해 그해 11월 사상 최대의 거래 실적을 기록했다.

그랬던 부동산 시장이 지금 완전 풀이 죽었다. 거래가 형편없이 줄고 가격도 한없이 추락하는 형국이다.

자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거래량과 경기의 상관 관계이다.

가격, 거래량 함께 위축되면 관망 전환

부동산 거래 동향을 보면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량은 줄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가격은 더 하락한다. 반면 거래량이 늘면 가격도 점차 오르게 마련이다.

경제상황을 설명할 때 이용되는 벌집모형 이론에도 거래량이 주축이다. 그만큼 거래량은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요한 변수라는 얘기다. 가격이 오르면서 거래가 늘면 이건 호황국면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 또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면 극심한 불황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좀더 분석하면 가격은 별 차이가 없는데 거래가 조금씩 늘어난다면 이는 경기가 호전된다는 신호이고 거꾸로 가격의 변화는 거의 없고 거래만 줄기 시작하면 침체기가 시작됐다는 대목이다.

중간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는 줄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 침체조짐이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며 가격은 하락세지만 거래는 늘기 시작할 경우 극심한 침체기를 지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왜 거래 문제를 거창하게 설명하느냐 하면 이 흐름을 잘 읽으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이클이 모두 이론대로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회복조짐을 보이다가 다시 주저앉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거래가 감소하다가 한꺼번에 가격도 오르고 거래도 느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거래가 증가한다는 것은 세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와 돈이 많이 풀려 수요자들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 그리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수요가 많이 생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다른 측면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대충 이 세가지만 염두에 두면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요즘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나 이는 조만간 봄이 온다는 징후라고 말한다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yj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