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땅산다.

2009. 5. 21. 09:30카테고리 없음

"5년 묻어두면 아파트보다 낫지"…큰손들 땅 산다
평택ㆍ하남ㆍ평창등 거래 급증

서울 잠실에 사는 김 모씨는 최근 고향과 가까운 충북 진천 소재 농지 2645㎡(800평)를 사들였다. 투자한 자금은 2억원. 서울에서는 2억원으로 살 수 있는 마땅한 아파트를 찾기 어려운 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땅 투자가 유망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진천은 새로 들어설 행정복합도시 세종시와도 가깝고 평택~음성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물류창고가 늘어나는 등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안중(평택)~삼척 간 고속도로 건설도 추진되고 있어 5년 이상 묻어두면 아파트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상승이 분양열기로 이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토지시장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수도권 토지 매입에 나서는 `큰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지역은 화성 평택 하남 여주 이천 등 수도권 일대와 음성 진천 등 충북지역, 동계올림픽 유치에 재도전하는 평창 등이다.

한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관심대상 밖으로 밀려났던 토지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토지거래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국 토지거래량은 지난해 6월만 해도 24만4440필지(2억3108만6000㎡)에 달했으나 같은 해 12월 16만2025필지(1억7403만2000㎡), 올 1월 13만3774필지(1억3499만㎡)까지 줄었다. 그러나 올 2월 이후 거래가 다소 늘기 시작해 3월에는 20만6758필지(2억5720만6000㎡)가 거래됐다.

지역별로도 평택 하남 평창 등의 토지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평택 토지거래량은 지난해 6월 2795필지(143만2000㎡)에서 9월 1395필지(68만㎡), 12월 948필지(68만2000㎡)로 급감했으나 올 3월에는 1923필지(142만2000㎡)로 늘어났다.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로 지정되며 관심을 끌고 있는 하남은 지난해 12월에는 169필지(5만5000㎡)만이 거래됐으나 올 3월에는 783필지(41만1000㎡)가 거래돼 거래면적이 647%나 증가했다. 평창 역시 지난해 12월 124만㎡에 불과하던 토지거래가 올 3월에는 172만9000㎡로 늘어났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동산 시장이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자 큰손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나 증여 등을 목적으로 땅 투자에 다시 관심을 갖고 있으며 동탄 등에서 토지보상자금이 풀리면서 화성 인근 지역 토지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최근 토지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에 묻어두려는 투자자와 토지보상금으로 인근 땅을 사려는 수요자 등 두 세력이 이끌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완화와 유동성 증가로 토지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지투자로 큰 수익을 냈던 부모 세대의 영향 때문인지 땅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정용 투모컨설팅 투자자문 본부장도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자금이 늘면서 토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며 "주택은 공급이 계속 되고 있지만 토지 자원은 유한하다는 인식 때문에 토지시장에는 늘 대기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회복세를 보인 만큼 당분간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이라며 "토지투자는 5년 이상 장기투자를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