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스닥 벼락부자` 속출

2009. 11. 1. 20:13지구촌 소식

외판원 출신이 '30억위안' … 한 회사서 1억위안 이상 14명
주가 고평가 '버블 갑부' 일수도


미국 외판원에서 6000억원대 갑부가 된 사나이,15세에 수십억원대 부자가 된 소녀,200억원대 부자만 10명 이상 탄생시킨 회사….

지난 주말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 주식 거래가 첫 시작되면서 '차스닥 갑부'들이 대거 탄생했다. 미국 유학 경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창업해 성공한 실력파부터 단순 투자자로 갑부 대열에 오른 영화배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차스닥 개설로 탄생한 갑부는 30억위안(약 5400억원) 이상 규모가 두 명,10억위안(1800억원) 이상은 13명이다. 1억위안(180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보유,'억위안 클럽'에 가입한 사람은 모두 116명.이들의 평균 주식평가액은 3억5000만위안(630억원)에 달한다.

차스닥 최고 갑부의 자리는 락보의료의 푸중제 회장에게 돌아갔다. 그가 가진 락보의료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38억3200만위안(6890억원).중국 명문대 중 하나인 시안교통대를 나온 그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에서 생명공학과 의료기기 분야를 공부한 뒤 중국으로 돌아와 창업한 신세대 경영인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창업하자마자 중국 의료기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푸중제 회장과 함께 30억위안대 갑부로 이름을 올린 왕중쥔 화의형제 회장은 미국 외판원 출신이다. 1989년 미국에 유학을 갔으나 공부보다는 사업을 배우는 데 힘을 쏟으며 직접 외판원으로 일했다. 그는 "당시 하루에 많이 번 게 최고 100달러였지만 5년간 매일 일해 10만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994년 중국으로 돌아와 동생인 왕중레이와 함께 광고회사를 차렸으며 이어 영화제작에도 나서 화의형제를 설립했다.

이번 차스닥 상장으로 그의 회사에서 탄생한 1억위안 이상 주식 갑부는 동생인 왕중레이를 비롯,모두 14명에 달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그 중 한 명으로 마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9억7000만위안에 이른다. 황샤오밍 리빙빙 등 유명 영화배우들도 주주로서 수천만~1억위안 이상을 보유한 갑부가 됐다. 특히 32세인 황샤오밍은 작년부터 주당 3위안에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모두 180만주를 확보,영화배우 중 최고의 재테크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정보기술(IT) 기업인 금아과기의 저우쉬후이 회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상인집단인 원저우상단 출신이다. 그는 50평이 안 되는 민간주택에서 창업,디지털기기 제조 회사로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10대와 20대 갑부들도 주목받고 있다. 20세의 대학생인 자오지퉁은 서안보덕을 창업한 아버지 자오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 갑부에 올랐으며 15세 소녀인 당웨이전은 래이약업의 대주주인 모친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아 거부 대열에 끼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들이 차스닥 갑부로서 자리를 굳힐 것인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이들이 보유한 주식이 워낙 고평가돼 있어서다. 이번에 거래를 시작한 28개 종목의 공모가격은 PER(주가수익비율) 기준 평균 56배에 달했다.

미국 나스닥이나 한국 코스닥 시장에서 벼락부자가 됐다가 소리없이 사라진 '버블 갑부'들이 차스닥 시장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