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말 버블 피크' 이후
어디에 투자했다면 가장 많이 벌었을까?
강북 아파트 14~24% 상승 강남·서초·송파구는 하락
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 수익률 -67%로 최악 펀드
버블이 커져만 가던 2007년 10월 말. 주식과 부동산 등 세계 자산 가격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한국 증시는 2000선을 넘어섰고, 중국 증시도 연초 이후 120%가 넘는 폭등세를 보였다. 서울시 용산·성북·노원·도봉구 지역 일대 주택가격은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으로 연초 이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가의 부동산 시장에도 광풍이 불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투자자들은 "자산 버블이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흥국 주식과 부동산을 마구 사들였다. 국내외 주식형펀드에는 80~90%대의 '대박' 수익률을 꿈꾸며 2007년 10월 한 달간 26조원 규모의 시중자금이 몰려들었다. 이후 주식과 부동산가격은 미국발(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계기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작년 하반기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버블 붕괴에 이르렀다. 올 들어 점차 금융 시장과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는 '본전'도 못 찾은 상태다.글로벌 자산가격이 정점에 달했던 2007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그 후 2년간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준 투자대상과 가장 많은 손실을 안겨준 투자대상은 무엇이었을까. 본지는 제로인·부동산 114·기업은행·신한은행·대신증권에 의뢰해 주식·부동산·금·달러·예금·채권 등 투자자산별 수익률을 분석해봤다. 앞으로도 자산 버블이 한 번 무너진 후 회복된다면 비슷한 양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울 소재 아파트와 국내주식형펀드, 해외주식형펀드, 채권형펀드, 주식 직접투자(KODEX200 투자 기준), 금(신한은행 골드리슈), 달러, 예금(기업은행 정기예금) 등을 비교 자산으로 삼았다.
◆금·달러·강북아파트 수익률이 최고
지난 2년간 8개 투자자산에 각각 1000만원씩 넣어뒀다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투자대상은 금이었다. 금을 1g단위로 사서 통장에 적립하는 신한은행 '골드리슈'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2년간 775만원(77.5%)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달러 약세 현상으로 금에 대한 투자가 늘며 국제 금값이 폭등(2007년 10월 말 온스당 796달러→올 10월 말 1045달러)한데다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이 오르며(900원→1182원) 환차익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달러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310만원을 벌었다. 2007년 10월 말 기업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한 후 작년 고금리 특판예금을 갈아탔다면 13%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채권형펀드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파격적인 정부의 금리 인하(채권가격은 상승) 정책으로 2년 수익률이 12%에 달했다.
부동산과 주식은 투자지역별 또는 상품별로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국내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면 여전히 평균 20.34% 원금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형펀드 손실률(마이너스 36.27%)은 더 크다. 특히 러시아(-56.2%), 일본(-50.7%), 유럽신흥국(-45.1%), 중국(-44.4%)펀드는 여전히 반 토막이 난 상태다. 매달 일정액을 국내주식형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다행히 원금을 회복하고도 10%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국내외 펀드를 통틀어 Best펀드(KTB액설런트 펀드, 27.64%)와 Worst 펀드(미래에셋차이나인프라섹터, -67.57%) 간 수익률 차이는 95%포인트나 났다.
강남 지역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여전히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강남구(-2.68%)·서초구(-1.96%)·송파구(-5.64%) 등 강남3구 지역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노원구(24.6%)·도봉구(20.1%)·중랑구(19.3%)·강북구(14.4%)·금천구(14%)·동대문구(12%) 등 강북지역이 월등하게 높은 수익을 거뒀다.
강남 지역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여전히 손해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간 강남구(-2.68%)·서초구(-1.96%)·송파구(-5.64%) 등 강남3구 지역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노원구(24.6%)·도봉구(20.1%)·중랑구(19.3%)·강북구(14.4%)·금천구(14%)·동대문구(12%) 등 강북지역이 월등하게 높은 수익을 거뒀다.
2년간 서울시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아파트 단지는 동대문구 전농동 삼익아파트(96㎡)로 재개발 기대감으로 2007년 10월 말 1억1050만원이던 가격이 3억7000만원으로 2년 사이 235% 올랐다. 도봉구 창동 상계주공18단지 아파트(45㎡) 가격 역시 109% 올랐다. 부동산 114 임병철 과장은 "주로 소형 평수의 아파트가격이 많이 떨어지지도 않고 오를 때 더 많이 오른다"며 "작년 침체기를 거쳐 올 4월 이후 9월까지 부동산가격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단일 상품 기준으로는 강북 아파트 투자가 '금테크'보다 월등했다. 하지만 대박 투자지역을 콕 짚어 투자하기란 부동산 전문가라도 쉽지 않다.
타임머신을 타고 2년 전으로 돌아가 투자를 시작한다면 최상의 투자 시나리오는 무엇이었을까. 2007년 10월 말 자산 버블 경고음이 터졌을 때에는 연 5%대 안팎의 정기예금이나 채권형펀드 등 안전자산에 잠시 넣어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후 작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8월 말 국제 금가격이 700달러대 초반이었을 때 금에 투자해 올 2월 말에 회수했더라면 59%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달러에 투자했어도 50% 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올 3월 경제회복론이 서서히 부각됐을 때에는 고위험자산인 국내주식형펀드가 대세였다. 국내주식형펀드는 9월 22일 주가(1718.8)가 연중 고점을 찍기 전까지 52% 수익을 냈다. 부동산투자도 올 초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투자적기였다. 최근 1개월 동안에는 원자재 선물 지수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가 8%로 높은 수익을 거뒀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정기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손실 위험성이 낮은 상품에 가입해 잠시 쉬는 것도 바람직한 투자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삼성증권투자컨설팅파트 이재경 부장은 "올 초 주식 직접투자로 큰 수익을 거둔 거액 자산가들이 최근 한 달 동안 비과세 채권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 ING자산운용사장은 "올 연말까지는 채권과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50%로 가져가고 주식과 상품 투자비중을 각각 25대 25로 가져가 위험 자산 비중을 줄이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