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서열 파괴 돌풍 ‘신의 직장’ 옛말

2010. 3. 10. 09:01C.E.O 경영 자료

공기업 서열 파괴 돌풍 ‘신의 직장’ 옛말

파이낸셜뉴스 | 신현상 | 입력 2010.03.09 17:42

공기업들이 인사혁신을 통한 내부조직 체질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기업은 고용이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도 높으며 생산성이나 경영실적과는 무관하게 임금 수준이 결정되는 '신의 직장'"이라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조직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서열파괴 인사를 단행하거나 개방형 승진심사제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퇴출프로그램 도입으로 조직 내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008년 김쌍수 사장 취임 이후 첫 인사였던 2009년 1월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차장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제를 도입했다.

드래프트제란 임원이나 부서장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이나 직원을 직접 고르는 방식으로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재활(리프레시) 교육에 들어가도록 했다. 특히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리프레시 교육을 세번 이상 받게 되면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4300여명의 한전 간부 가운데 지난해 52명이 리프레시 교육에 들어갔다. 또 공개경쟁보직을 실시해 2급 직위에도 1, 3급이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금까지 두번 공개경쟁보직을 실시했는데 직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내부 체질 개선을 통해 사기업처럼 해고당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그동안 '우리 직장은 철밥통'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팀장급 이상 공개경쟁보직제 및 서열파괴 인사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과거 팀장급 6개 직위에 한정해 시행하던 공개경쟁보직제는 현재 팀장급 이상 179개 직위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1급 직위에 2급 직원이 3명이나 발탁되고 전체 직위의 4.5%(9명)가 보직경쟁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47%(85개)의 직위가 교체됐다. 특히 가스공사 처음으로 여성 팀장을 배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보직경쟁 탈락자는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 후 연구과제를 수행케 하고 이에 대한 평가·심의를 통해 향후 진로를 결정케 하는 '워크아웃제'도 시행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 같은 인사를 통해 조직 내 건전한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인적쇄신으로 변화와 도전에 대한 긍정적 문화를 형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희망직위 부여를 통한 직무만족도와 책임감 증대로 조직경쟁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팀장급 이상 전 직원을 상대로 공개경쟁공모 보직 추천제를 실시하는 한편 부적격자에 대한 퇴출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초 인사에서 공개경쟁 공모 보직추천제도를 도입, 팀장급 이상 560여개 자리 가운데 안전운전에 대한 중요부서를 제외한 80% 이상을 교체했다. 보직탈락자 34명을 무보직으로 발령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공개경쟁 보직 탈락으로 무보직 또는 교육 3회 탈락 시에는 해임 처리하는 등 퇴출프로그램을 도입해 '공기업=철밥통, 복지부동 문화'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인사혁신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사청탁 행위자에 대해서는 승진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징계조치 등으로 인사에 불이익 처분을 주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탁 제재규정을 신설, 전 직원으로부터 서약을 받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개방형 승진심사제를 도입, 승진과 관련한 인사비리 근절을 위해 승진심사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킴으로써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했다. 지난 1월 실시된 1, 2급 승진심사에서 개방형 승진심사제를 최초로 적용해 1급 19명과 2급 34명의 승진자를 선발했다.

또 저성과자, 조작화합저해자, 보직 부적합자, 비리 연루자 등 1∼7급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개선 대상자 관리제도를 도입했다. 성과개선 대상자로 선정되면 교육이나 현장지원, 과제연구 등 성과개선 활동을 평가받은 후 부서복귀 또는 퇴출을 결정받게 된다.

한국석유공사도 팀장급 이상 상위직에 대해 적용하던 개인성과평가를 전 직원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또 인사고과 시 반영되던 연공 점수를 과감히 폐지하고 승급포인트제 운영을 통해 일정 포인트를 얻은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성과와 역량 중심의 열린 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의 외형적 구조개혁이 공기업 내부 체질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시스템화를 적극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추진 의지가 공기업 내·외부에 확산됨으로써 조직문화 등 체질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공기업이 내부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fnnews.com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