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좋아 뽑았더니…” 알고보니 ‘월급 도둑’

2010. 3. 10. 23:31이슈 뉴스스크랩

“스펙 좋아 뽑았더니…” 알고보니 ‘월급 도둑’
대기업 ‘인턴제’ 확대
포스코 올해 전원 인턴 채용…CJ·STX도 계획
“업무능력 검증 유리해도 취업기회 제한” 비판
한겨레 이형섭 기자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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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올해부터 국내 신입사원 전원을 인턴 방식으로 뽑기로 하면서 대기업들의 채용 관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제이(CJ)도 올해 공채인원 가운데 절반 정도를 인턴으로 뽑기로 했다.

포스코는 올해 대졸 공채인원 250여명을 모두 인턴을 통해 뽑는다고 9일 밝혔다.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공채 과정에서 우선 2배수(500명)의 인턴을 선발한 뒤 6주간의 현장실습을 거쳐 신입사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신입사원 전원을 인턴과정으로 뽑는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포스코 쪽은 이런 방식에 대해 “기존의 서류, 인·적성검사, 면접 등의 선발전형은 한정된 시간 안에 진행되기 때문에 적재적소의 사람을 뽑는 데 한계가 있어 전형방법을 바꾸게 됐다”며 “인턴과정 동안 회사도 그 직원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입사 희망자도 그 회사가 과연 자기에게 맞는 회사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들에서 인재 선발은 오래된 고민이다.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이른바 ‘스펙’이 좋은 사람들을 선발해도 막상 일을 시켜보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스펙이 좋아 뽑았는데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하거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낮아 처치곤란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메울 수 있는 신입사원 전형방법으로 인턴이 주로 꼽힌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인턴제는 인재를 미리 검증해 볼 수 있고, 우수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턴제를 신입사원 채용에 연계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씨제이는 올해 인턴 채용을 예년의 2배 수준까지 늘려 전체의 절반 정도를 인턴 방식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씨제이는 2000년부터 여름방학 기간인 8주 동안 졸업을 한 학기 남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지난해에도 100여명이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80%가량이 합격 통보를 받아 입사 자격을 얻었다. 올해는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를 2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에스티엑스(STX)도 올해부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에스티엑스는 그동안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공채로 뽑았는데, 올해부터는 상반기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턴십을 거친 이들에게는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때 서류전형, 인·적성검사와 1차 면접이 면제된다.

이런 인턴제가 구직자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창 취업 준비에 바쁜 시기에 채용도 불확실한 인턴 신분으로 몇주에서 몇달이나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광석 대표는 “인턴 기간에 다른 정규직 입사 기회를 놓칠 수 있는데다 급여도 정규직보다 적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여전히 대규모 공채 중심인 국내 취업환경에서 더 좋은 사람을 뽑으려고 여러 사람의 취업 기회를 한동안 박탈하는 것이 괜찮은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형섭 이정훈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