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후 경제정책기조 확 바뀐다

2010. 6. 1. 08:46이슈 뉴스스크랩

지방선거후 경제정책기조 확 바뀐다
[매일경제] 2010년 05월 31일(월) 오후 05:34   가| 이메일| 프린트

6ㆍ2 지방선거가 끝나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확'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표심'을 노린 선심성 정책을 접고, 그동안 보류해 왔던 정책들을 잇따라 실행에 옮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로 올 하반기 경제가 '지각변동'을 경험할 것이란 예상이다.

6ㆍ2 지방선거 후 정책기조 변화의 주된 명분은 '재정건전성 확보'다.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거치면서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한 핵심요인으로 부각됐다. 지난달 초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직접 재정건전성을 언급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지방선거가 끝난 뒤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신규 세원 발굴 등 후속 조치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마련할 세제개편안에 다양한 세수 확대 대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몰을 앞둔 세제 감면혜택도 가급적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지방유권자의 표심을 흡수했던 지방회원제 골프장 입장에 대한 개별소비세ㆍ교육세 면제 등의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

◆ 금리 인상 시기 저울질
= 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후 원화값 폭락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면서 출구전략 논의는 한때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진정 국면을 보이고 지난달 31일 나온 4월 산업활동동향도 10개월째 광공업 생산 증가세 등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사실상 종료되고,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출구전략 시기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총재는 지난 29일 미국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동문 포럼' 기조연설에서 "경제상황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 시기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올 초만 해도 G20 국가들 간 출구전략 공조가 중시돼 왔지만 이제는 개별 국가적 사안으로 바뀐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총재 발언을 한국 경제가 상반기까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이나 미국 등에 앞서 독자적인 출구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대해 "2분기까지 경기상황을 지켜본 뒤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시점과 중복되는 것이다.

◆ '안개' 걷히면 대형매물 시장으로
=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이런저런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대형 인수ㆍ합병(M&A) 논의도 수면 위로 다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현대건설 매각을 6월부터 본격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논의도 현대건설에 이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매각 주체는 물론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인수전 참여에 부담을 가져왔다. 지방 사업장이 많은 기업 인수는 지역 정치 동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안개'가 걷히면 대형 매물들이 하나둘씩 시장에 나오며 재계, 금융계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전력산업 구조개편안 마련
= 공공기관 개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다음달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 올 상반기 중에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와 의견수렴을 위해 중단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동일직급 내 연봉 편차를 20~30%로 넓혀 생산성 제고와 자발적인 인력조정 등의 효과를 낳을 계획이다.

한국전력 전력구조 개편 이슈도 마찬가지다.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선거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 보고서가 마무리되면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에 전력산업 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지식경제부는 선거 전인 5월 말까지 용역 보고서를 받는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는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 중장기 정책과제도 탄력
= 지방선거를 앞두고 미뤄졌던 중장기 정책과제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자격증 제도 개선,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설립 등 서비스업 선진화 주요 이슈에 대한 논의가 선거를 앞두고 중단됐다.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해 강력히 밀어붙였던 서비스업 관련 이슈를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전문자격사 제도 완화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등 주요 이슈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영리병원은 투자자에게서 자본금을 조달해 병원을 운영한 뒤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는 형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서비스업 발전방안 등 한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구조개선 방안이 선거를 앞두고 다소 지체된 측면이 있다"며 "선거 이후에는 중장기 사업들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