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못간 무명 대학생 체격마저 왜소해 빛 못봐
연습경기서 발군의 실력 직권으로 올림픽 대표로
박지성 그렇게 탄생했다 이영표도 동시에 발탁해
◇허정무 감독 |
허 감독은 연습경기를 10여차례 한 뒤 능력과 가능성만 보고 감독 직권으로 2000년 그를 올림픽대표팀에 합류시켰다.
그리고 10년 후. 박지성은 12일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팀의 주장으로 동료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게 차분하게 경기하도록 다독이는 한편 멋진 쐐기골까지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체격과 기술이 앞서는 유럽팀을 거의 완벽하게 제압한 이날 경기는 학연과 연고주의 극복이라는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즉 박지성이 무명 선수일 때 오직 실력과 가능성만을 보고 올림픽대표팀으로 발탁한 허 감독의 안목이 있었기에 거머쥔 승리였다.
허 감독은 출신 대학을 따지지 않고 왜소한 체격으로 지역 연고 프로팀에도 뽑히지 못하고 가까스로 명지대에 합격한 박지성을 가능성만을 보고 발탁했다. 박지성은 허 감독의 발탁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활약한 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월드컵대표팀에도 뽑혀 대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지성 |
박지성 외에도 그리스전 수비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수비진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한 이영표도 올림픽대표팀과 건국대 경기 과정에서 허 감독에게 발탁된 케이스다.
허 감독이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실력만 보고 뽑은 박지성과 이영표 등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됐고, 결국 허 감독에게 한국인 감독 월드컵 첫 승이란 영예를 안겼다.
학연과 연고주의는 축구 등 스포츠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 축구의 시도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도한 의미 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박지성의 발탁과 성장과정은 사회 각 분야에서 학연과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