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평균 수명은 고작 10년

2010. 8. 20. 18:12C.E.O 경영 자료

한국기업 평균 수명은 고작 10년

매일경제 | 입력 2010.08.20 16:13

"장수기업이 되는 비결은 단순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기업이 커 나가도 작은 가족 단위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이념과 삶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죠." '세계 장수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의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 교수는 매경MBA와 이메일로 인터뷰하면서 장수기업 대안을 '가족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오하라 교수는 미국 브라이언트대 가족기업연구소장을 지내며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을 연구해온 장수기업 분야 대가다.

가족기업이 장수기업의 '대안'이라고 해서 모든 기업의 시작이 가족기업일 수는 없다.

하지만 오하라 교수가 제시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200년이 넘은 이 기업들이 지금도 명목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한 우물 경영'이다. 오하라 교수는 "대부분 가족기업은 한 사업 분야에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들 울타리 안에서 개발과 혁신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러셀웨폰'의 멜 깁슨이나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베레타 권총' 없이는 떠올리기 힘듭니다. 베레타는 1500년대 초 창업주 베레타가 이탈리아 작은 마을에 세운 총기 제조사입니다. 이 회사가 설립 500년이 지난 후에도 사업을 계속 유지하며 할리우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명품'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업 쇄신입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가장 최신 기술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변신했죠. 이렇게 해서 500년 기업 역사에도 전혀 늙지 않는 기업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는 상생도 빼놓을 수 없는 장수기업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베레타는 최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총열 식각 등 정밀가공을 하는 많은 숙련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탐피니 집안 장인은 세대를 거쳐 200년을 베레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요. 한 집안의 기업이 또 다른 집안에 보내는 끊임없는 신뢰가 이들 간에 끈끈한 관계를 만든 겁니다."

장수기업들이 '늙지 않은 채' 시대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오하라 교수는 이 비결 역시 가족기업의 특징에서 찾는다. '빠른 의사결정'과 '투명성'이다.

"멜레리오 디 멜레르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보석회사(1613년 창업)지요. 이들은 주주 간 불화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가족이 주요 주주이므로 연례적 가족 모임도 진행하죠. 주요 대화 내용은 '기업의 미래'입니다. 이처럼 가족기업은 직접적이고 시의적절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죠. 고급 포도주를 생산하는 프랑스 기업 위겔 에 피스(1639년 창업)는 매주 월요일 온 가족이 모여 기업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요. 가족 모임과 기업 중역회의가 일치하다 보니 회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대화는 솔직해집니다. 핵심적인 사안은 모든 가족이 동의해야 결정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자기 생각을 꾸밈없이 이야기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아요. 이런 회의는 가족 간 화합을 강화할 뿐 아니라 사업에도 건전한 기초가 됩니다."

그가 주로 소개하고 연구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강소기업이다. 즉 크기가 작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각 산업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종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들이다.

그렇다면 장수기업 요건 중 하나가 의사결정이 빠르고 운용이 쉬운 콤팩트한 기업 규모인 것일까. 오하라 교수는 "가족기업이 대규모로 성장할 수 없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식료품 회사 기코만(Kikkoman), 유럽 에르메스(Hermes)와 로스차일드(Rothchilds), 미국 듀폰(Dupont)과 포드(Ford)도 다 가족기업으로 시작한 대기업입니다. 이들에게는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신뢰, 좋은 계획이 뒷받침돼 있다는 것이죠. '너무 크게' 성장하는 것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가족기업의 정신만 잃지 않으면 됩니다. 그 정신이라는 것도 사실은 단순합니다. 최고 서비스, 질 좋은 물건,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신뢰'라는 이미지가 그것이지요.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을 해 냈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에 이르게 된 겁니다."

가족 경영에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에 대해 묻자 그는 의외로 한국 글로벌 기업 '삼성'을 들었다. "삼성은 기업 규모를 보면 성공한 기업일 수 있지만 가족 경영에는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가족 경영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가장 큰 원인은 리더들이 가족보다는 기업을 우선시하는 거예요. 또 다른 원인은 실력을 검증받지 않은 가족 구성원들이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것이지요. 삼성은 전자입니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 가족 간 대화와 세대 간 대화, 또 가족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갈등 관리 능력'을 포기했지요. 그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는 한 우물 기업이 장수기업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요건은 '적응력'이라고 강조했다.

오하라 교수는 "장수기업, 즉 '성공적인 기업'이라면 전통을 지키려는 의지와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변화력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신과 이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시대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새봄 기자 / 황미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