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환율전쟁터 되나

2010. 10. 1. 09:26지구촌 소식

‘서울 G20’ 환율전쟁터 되나

 

【뉴욕=정지원특파원】 미국 의회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위한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N머니 등 미국의 주요 외신들은 미국 연방 하원이 환율조작이 의심되는 국가들의 수입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날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48표, 반대 79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된 이 법안은 교역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 통화 가치를 조작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차원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힘을 정부에 실어주고 있다.

하원의 이날 표결은 무엇보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 회복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미 여론의 불만을 의식한 점도 법안 통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올해 대미 무역흑자는 1450억달러에 달해 중국의 저평가된 위안화가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고조돼왔다. 중국은 또한 최근 미국산 닭 가공제품에 대해 향후 5년간 109%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미국 측의 분노를 사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우리는 지난 수년간 대중국 무역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걸 직접 겪었으며 이에 대한 조치를 오늘 드디어 취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정치와 외교, 경제, 상업,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원칙에 따르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표결에 앞서 "이번 표결은 오는 11월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글로벌 지도자들에게 환율시스템 개혁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 가치가 25∼40% 절하돼 있는 현재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 압박과 관련, 중국은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측은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약 2.1% 상승했다. 특히 지난 2주간 1.5%가 절상됐다.

문제의 법안은 앞으로 상원으로 보내져 회의를 거친 뒤 상원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되는데 상원 측은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이 오는 11월 2일 중간선거 이후에나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입법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현재 중간선거에 집중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 중국에 대한 강경입장을 취할 수 있지만 일단 선거가 끝나면 중국과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한다는 현실이 중국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소와 의류 수입업체 등 일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점도 상원이 고려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회의를 환율 전쟁터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따돌림당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중국정부는 이번 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신화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의 야오젠 대변인은 성명에서 "환율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야오젠 대변인은 "중국이 미국과는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미국이 대중국 무역적자만을 이유로 위안이 평가절하됐다고 단정하고 보호 무역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이 균형된 상호무역을 위해 미국과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것임도 강조했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