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2. 09:01ㆍC.E.O 경영 자료
투자의 전설을 쏙 빼닮은 ‘붕어빵’ 후계자
시사INLive |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 입력 2010.11.20 14:07
미국의 살아 있는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80)이 무려 3년여를 물색한 끝에 10월25일 무명 헤지펀드 매니저를 사실상 후계자로 선정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코네티컷 주에 있는 캐슬포인트 캐피털(투자사)의 책임자 토드 콤스 헤지펀드 매니저. 그가 2005년에 겨우 350만 달러의 종잣돈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4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자산을 운용할 만큼 커졌다.
콤스는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투자 자산을 굴리는 펀드 매니저들이 수두룩한 월가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이력이래야 자동차 보험회사 근무 경력에, 2008년에 망한 뉴욕의 코퍼 아치 캐피털이라는 투자회사를 거쳐 최근까지 캐슬포인트 캐피털의 대표라는 게 고작이다. 그런 그가 버핏의 잠재적 후계자로 선정되었으니, 월가에서 전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물론 콤스가 버핏 회장의 뒤를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 최종 후계자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버핏은 어느 한 사람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최고투자책임자(CIO) 등 3개 직함을 가진 버핏은 자신의 자리를 서너 명에게 물려주겠다고 한 만큼, 콤스는 이변이 없는 한 최고투자책임자 자리에 오를 것이 유력해 보인다. 나머지 자리는 버크셔 자회사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의 데이비드 소콜 사장과, 버크셔 '효자 업종'인 재보험사를 이끌고 있는 아지트 자인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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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워런 버핏 |
버핏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가 콤스를 택한 것은 자신과 여러 가지로 '코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버핏은 콤스의 투자 능력과 지능에 매료된 것 못지않게, 그가 버크셔 해서웨이의 조직 문화와 잘 어울린다고 본 것 같다. 버핏은 < 월스트리트저널 > 인터뷰에서 "콤스는 우리 문화에 100% 꼭 맞는 인물이다. 내가 있는 동안은 그 문화를 언제든 정의할 수 있지만, 설령 내가 없더라도 그런 문화가 철저히 몸에 익어 시험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 점에서 콤스는 완벽한 사람이다"라고 치켜세웠다.
두 사람 모두 보험업종에 강한 애착
그렇다면 버핏이 콤스와 '코드'가 맞는다고 보는 요인은 무엇일까. 본인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주요 언론이 파악한 공통 코드는 여러 가지다. 먼저 버핏과 콤스가 태생적으로 보험업종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버핏은 보험업을 비롯해 에너지업과 의류·건축 등 제조업, 금융업 등 여러 업종에 분산 투자를 하고 있지만 역시 주종은 보험업이다. 특히 그가 1996년 인수한 가이코(GEICO)는 미국 최대 자동차 보험회사로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할 만큼 막대한 수익을 올려준다. 버핏은 그 밖에도 세계적인 재보험회사 제너럴 리(General Re)를 1998년에, 그리고 네덜란드의 생명보험사 NRG를 2007년 각각 인수했다. 콤스도 한때 자동차 보험회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자신이 이끌었던 캐슬포인트 캐피털도 보험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버핏이 콤스에게 쏙 반할 만한 또 하나 공통 코드는 자기처럼 은행 업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자산 규모 2380억 달러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 큰 상업은행인 US뱅크의 모회사 US뱅코프에 상당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금융위기가 심화되던 시기에 자금난에 부딪혀 부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8년 11월 미국 정부로부터 긴급 구제자금 65억9900만 달러를 받은 뒤 이듬해 6월 전액을 상환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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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uter=Newsis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선정된 토드 콤스의 얼굴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오른쪽). 데이비드 소콜(왼쪽)과 아지트 자인(가운데)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최고경영자 후보로 유력하다. |
콤스는 월가 투자금융회사들의 몰락을 자초한 지난 2007~2008년의 금융위기 시절 자신만의 독특한 투자 분석 기법을 동원해 위험 요인이 있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피해 화를 모면했다. 실제 그는 당시 플로리다 주 부동산 시장에 무분별하게 남용되던 주택 관련 대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중서부 지역 은행들이 부실 금융에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당연히 그는 금융위기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관련 금융 주식들을 일찌감치 처분해 손실을 면할 수 있었다.
'투자 비법' 배운 경영대학원도 똑같아
콤스는 또 버핏처럼 뉴욕에 있는 명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 각종 투자 업무에 대한 실무 지식을 쌓았다. 버핏은 20대 시절 이 학교를 다니면서 투자 분석 지침서 < 지능적인 투자가 > 의 저자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의 애제자가 되었고, 바로 이 책을 통해서 실제보다 낮게 가치가 평가된 회사의 주식을 구입해 나중에 가치가 오르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가치 지향적 투자'의 교훈을 터득한다. 콤스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내는 법을 배웠고, 실제로 그 자신도 버핏의 소신인 가치 지향적 투자의 '사도'임을 자랑한다.
그뿐 아니다. 버핏이나 콤스 모두 투자에 관한 나름의 기법을 터득하기 위해 신문이나 각종 회사 자료 등을 독자적으로 탐독해 연구하는 것도 비슷하고, 그 결과 확신이 드는 투자 종목에 대해서는 상당한 투자를 서슴지 않는 점도 비슷하다. 실제로 콤스는 투자 자산 약 4억 달러 가운데 57%쯤을 10대 투자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두 사람은 경제 전문 인기 케이블 방송 CNBC에 나와 투자 기법을 떠벌리기 좋아하는 월가의 큰손들과 달리, 자신들의 투자에 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를 꺼리는 점도 꼭 닮았다. 심지어 콤스의 투자사 캐슬포인트 캐피털은 인터넷 웹사이트조차 없을 정도다. 이쯤 되면 버핏이 콤스를 자신의 '분신'이라 느낄 법하며, 그가 왜 콤스를 사실상의 후계자로 영입했는지도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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