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할머니' 초교 2백여곳에 사전 억대 기부>

2010. 11. 24. 08:5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젓갈 할머니' 초교 2백여곳에 사전 억대 기부>

연합뉴스 | 입력 2010.11.23 11:33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서울 노량진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번 돈으로 대학 등에 잇달아 기부를 해온 류양선(78) 할머니가 이번에는 고려대에서 한국어대사전을 1억원어치 넘게 구입해 전국 초ㆍ중학교에 기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류 할머니는 충남 서산에 있는 한서대에 시가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하고 어렵게 번 돈으로 오랫동안 수차례 장학금을 기탁해 `젓갈 할머니'로 유명하다.

23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류 할머니가 한국어대사전을 발간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으로 연락해 왔다.

류 할머니는 민족문화연구원장인 김흥규(국문과) 교수가 17년 작업끝에 7천여쪽의 한국어대사전을 펴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에서 접하고선 어린 학생들에게 총 3권으로 된 사전 세트를 사서 전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장사로 매일 번 돈을 조금씩 모아 사전을 5세트, 10세트씩 구입할 비용을 고대에 전달해 책을 초ㆍ중학교에 기증했다.

그러다가 류 할머니는 도서구입비가 없는 전국 학교에 사전을 기증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기부로 인연을 맺은 한서대 함기선 총장 등이 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사전을 구입해 학생들 손에 전해주면 값진 일일 것'이라고 독려했다.

류 할머니는 이때부터 1년간 적금을 부어 이달 초 3천만원을 탔고 이 돈을 이달 초 고대에 건넸다. 한국어대사전을 초등학교 위주로 전국의 학교 200곳에 보내달라는 부탁과 함께였다.

류 할머니는 "초등학교 때 배운 한문은 커서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에 남더라. 초등학교 위주로 사전을 전해줬으면 좋겠다. 형편이 어려운 동네에 사전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류 할머니는 한 세트에 54만원, 201세트면 무려 1억854만원에 달하는 책값을 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적금 부은 돈으로 한꺼번에 낼 수가 없어 총 5차례로 나눠서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책값을 원가대로 전액 기부할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할머니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의 가격은 깎으면 안된다"며 전액 기부를 고집했다.

이에 학교 측은 책 50권을 보태 류 할머니 이름으로 총 251세트의 책을 이달 초 전국 초ㆍ중학교 251곳에 배송했다.

고대 민족문화연구원 이종현(63) 팀장은 "당신은 우유 한 팩도 돈이 아까워서 못 사먹을 정도로 애써 모은 돈을 다 내놓겠다고 하셔서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행"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공부에도 때가 있다. 배울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는 할머니의 뜻까지 어린 학생들에게 잘 전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