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5. 09:38ㆍ세계 아이디어 상품
인공태양, 1억도 불때기에 도전
에너지 잔뜩 머금은 수소이온, 시속 1440만㎞로 가속시켜
진공용기에 쏘면 온도 올라가… 원자력硏, 3000만도까지 성공
"지구에서 인공태양(핵융합)을 만드는 데 최대 관건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바로 1억도의 온도를 만들어내는 '불때기' 기술입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원자력연구원 종합엔지니어링 동. 오병훈 핵융합공학기술개발부장은 어른 키의 두 배쯤 되는 사각형 장비를 가리키며 "이 장비가 바로 1억도라는 고온을 만들어낼 첨단 연구장치"라고 말했다.
- ▲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KSTAR)의 온도를 2000만도에서 1억도까지 높이는 데 쓰이는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이 장치로 수소이온을 시속 1440만㎞로 가속해 KSTAR에 쏘면 온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강철이 물처럼 끓어오르는 용광로 온도가 1500도, 태양 표면의 온도가 6000도인 것을 감안하면 1억도라는 온도는 상상하기 힘든 영역. 일반 온도계로는 온도를 재지 못하고 입자들의 운동 속도를 재는 방식으로 온도를 측정한다. 전자나 중성자 같은 입자들은 온도가 높을수록 큰 에너지를 가져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2050년대 완성을 목표로 각국에서 개발 중인 '핵융합 발전소'가 운영되려면 최소 10억도의 온도가 필요한데 우리는 일단 1억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억도를 만들어라"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라는 물질의 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로 전기를 만든다. 핵융합은 그 반대 원리를 이용한다. 수소의 핵들을 서로 충돌(융합)시키면 원자량이 큰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며 중성자가 쏟아진다. 이 중성자의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엄청난 빛과 열을 쏟아내는 태양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것도 핵융합이다. 핵융합발전소는 그래서 '인공태양'이라고 불린다. 화석연료를 태울 필요도 없고 원료(수소)도 거의 무궁무진해서 미래의 청정에너지로 기대를 받고 있다.
- ▲ 중성입자빔 가열장치에서 높은 에너지를 가진 수소이온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핵융합으로 가기 위한 최대의 기술적 난제는 10억도라는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 수소 핵들이 서로 밀어내는 강력한 힘을 누르려면 이 정도 초고온의 상태를 만들어 핵들이 엄청난 속도로 서로 부딪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박사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설치된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KSTAR)는 전기를 이용해 최대 2000만도까지 스스로 온도를 올릴 수 있다"며 "이를 최소 1억도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로 뜨겁게 달궈줄 새로운 장치를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고속 수소이온으로 철판을 달군다
KSTAR에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가 있는데 온도를 1억도로 높여야 하는 곳이 바로 이 진공용기의 내부. 이 진공용기 내부에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탄소섬유로 만든 타일로 뒤덮여 있다.
1억도 불때기에는 에너지를 잔뜩 머금은 수소이온이 이용된다. 수소이온에 강한 전기장을 걸어 시속 1440만㎞의 빠른 속도로 가속한다. 가속된 수소이온을 진공용기에 쏘면 진공용기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차가운 철판(진공용기)에 돌멩이(수소이온)를 빠른 속도로 계속 던져 맞히면 철판이 달궈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장치의 이름은 '중성입자빔 가열장치'.
연구소측은 이런 방법을 통해 KSTAR의 온도를 3000만도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더 많은 수소 이온을 더 빠른 속도로 KSTAR 내부에 집어넣어 진공용기 내부의 온도를 점점 더 높이는 것이 목표다. 돌멩이를 더 많이 던질수록,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던질수록 철판은 더 뜨거워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향후 개발될 각종 기계장치가 열을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시험하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예컨대 태양탐사선을 개발할 경우 태양의 뜨거운 온도를 견딜 수 있는지를 미리 검사할 수 있는 것.
오 박사는 "미국과 영국·일본 등에서 10여년 전부터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장비는 순수 국내 기술과 부품으로만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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