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 물건 없어… 정부선 뭐 하나”

설 앞두고 돌아본 유통시장 르포

[세계일보] 2011년 01월 23일(일) 오후 06:15

[세계일보]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으면서 설을 앞둔 소매업계가 모처럼 기대감에 가득 차 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재래시장은 설 대목을 포기한 듯 분위기가 싸늘한 반면에 고급 선물세트가 진열된 백화점은 활기로 가득하다. 대형 유통업체는 기대 이상의 특수를 누리고, 서민이 주고객인 재래시장 상인들은 불황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명절 소매시장에 반영돼 있다. 이런 가운데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설 선물코너.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선물세트 배송 접수창구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산물 매장 직원은 “구제역 여파로 올해는 굴비 등 수산물을 선물로 보내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20만∼30만원대가 가장 인기 있고 50만∼100만원대 프리미엄 세트를 찾는 분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백화점 건물을 에워쌌다. 식품매장 직원은 “지난주에 끝난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이 좋아 공급물량을 40%가량 늘렸다”며 “이 물량도 부족할 거 같아 10% 더 주문을 넣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에서 작년 설 때보다 23∼35%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설 분위기 실종된 재래시장

“TV와 신문에서는 경기가 풀렸다고 나오는데, 뭘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서는 전혀 못 느끼겠거든요.”

같은 날 남대문시장 아동복상가에서 만난 김모(60)씨는 경기가 좀 풀린 것 같냐는 질문에 고개를 내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로 33년째 장사를한다는 김씨는 “매년 설을 맞지만, 33년 만에 최악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라며 “죽을 쑨 작년 설보다도 판매량이 3분의 1로 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6년째 청과상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설이 열흘이나 남아서 그런지 아직은 주문 예약이 없다”며 “날씨가 이렇게 춥고 눈까지 내리는데 누가 시장에 나오겠냐. (대형)마트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설을 준비하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한복 가게도 형편이 썩 나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8년간 한복을 팔아 왔다는 이모(51)씨는 “요즘은 명절에 한복을 입지 않는다”면서 “작년부터는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하다”고 걱정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우는 서민들

서울 영등포에 사는 주부 서모(51)씨는 집 근처 영등포시장에서 시금치 가격을 물어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금치 한 단(350g) 가격(875원)이 한 달 전(23일)보다 60%나 오른 1400원이었기 때문이다. 서씨는 “새해부터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고 말은 했는데 잡은 게 하나도 없다”며 “안 오른 게 없어 정말 생활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부들은 “한파보다 채소값이 더 무섭다”고 호소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작년(1월21일 기준)과 비교해 고등어(450g)는 167.8%, 배추(1포기)는 159%, 참조기(100g)는 67.7%, 무(1개)는 39.1%, 사과(5∼7입)는 33.5%, 돼지고기 삼겹살(100g)은 26.6% 올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폭설과 한파가 지속되면 봄 채소가 나오기 전까지는 채소값이 계속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김혜림 인턴기자 kkh@segye.com

품 목	현재가격(원) (1/22)	작년 (1/22)	인상율 (%)
배추(1포기)	3580	1380	159.4
무(1개)	1780	1280	39.1
사과(5∼7입)	5980	4480	33.5
배(4입)	8800	6980	26.1
돼지고기 삼겹살(100g)	2380	1880	26.6
계란(30입)	5980	4980	20.1
고등어(1마리)	7980	2980	167.8
참조기(1마리)	1660	990	67.7
자료:롯데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