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심하다.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하다’던 삼한사온은 사라진 말이 됐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엔 큰 더위에 시달렸다. 아열대 기후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런 이상 기온은 지구촌 기후변화의 큰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어떤 변화든 눈 밝은 이들에겐 새 돈벌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가을의 이상 저온 현상은 강원도 송이버섯 대풍을 불러왔다. 제주도엔 벌써 열대작물 재배 기술을 연구하는 이들도 생겼다. 본지가 농촌진흥청의 열대작물 재배 전문가를 만나고 대풍 이후 더 바빠진 강원도 송이버섯 현장을 찾았다.
25일 강원도 강릉의 한 동결건조공장. “흠~.” 이미옥(47) 해송KNS 대표와 이마트 버섯 담당 바이어 김재율(36)씨가 건조기에서 자연산 송이버섯을 꺼내 향을 맡아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급속 냉동기에서 동결시킨 후 이틀간 말린 ‘동결건조 송이버섯’이었다. 이날 생산된 동결건조 송이버섯 500㎏은 모두 양양 포월농동단지 내 공장으로 옮겨져 설 선물세트로 포장됐다.
“원래 송이버섯은 출하철인 9월을 넘기면 구경을 못하죠. 생산량이 워낙 적어 저장할 게 없거든요. 그런데 지난해엔 대풍이 들어 이렇게 설 선물세트로 만드네요.”
실제로 지난해 전국에서 생산된 송이버섯은 400t. 2009년과 2008년 생산량이 각각 25t, 180t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 대표는 “50년 만의 대풍”이라고 말했다. 지난가을엔 하루 최고 포장량이 10t에 달했던 날도 있다. 덕분에 2년 전만 해도 1억원을 겨우 넘겼던 이 대표 공장의 매출은 지난해 50억원까지 급증했다.
송이 대풍의 일등 공신은 기후 변화다. 우선 지난해 가을 저온현상이 두드러진 게 컸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 수시로 비가 온 것도 한몫했다. 송이가 자라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이상기온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셈이다. 송이가 넘쳐나면서 송이 값은 수직 하락했다. 지난해 이맘때 150만원까지 하던 냉동송이 1㎏이 올해는 38만원 수준에 거래될 정도다. 작황이 줄면서 가격이 30~40% 급등했던 과일·채소와는 정반대였다.
바이어 김재율씨가 이미옥 대표에게 ‘동결건조 송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바이어 김씨는 “동결건조한 송이버섯은 냉동 송이버섯에 비해 저장성도 뛰어나고 운반 등도 편리하다”며 “지난해 생산량이 워낙 많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동결건조는 영하 35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킨 후 영하 50도 정도의 저온에서 얼음알갱이를 기화시키는 방법으로, 일반 건조에 비해 네 배가량 비용이 더 든다. 그러나 건조 과정에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식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할 수만 있으면 대풍을 만난 송이버섯을 겨우내 보관했다가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길이 된다. 처음으로 송이버섯 동결 건조를 시도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온도와 압력이 맞지 않으면 송이는 어김없이 부스러졌다. 동결건조에 가장 적합한 온도와 압력을 찾아내는 데만 넉 달이 걸렸다. 이 대표는 “송이버섯은 수분량이 80%로 사과와 비슷하다”며 “우주식량으로 사과가 동결건조된다는 걸 알고 그 온도와 압력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모양도 문제였다. 통째로 동결건조했더니 조리하기 불편했다. 건조된 상태에서는 가위나 칼 등으로 자르기도 어려웠다. 얇게 저며 건조시키자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적정한 두께를 찾느라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1.3t 분량의 송이버섯을 사들여 동결건조시켜 보관했다. 설 연휴 대목을 겨냥한 것이었다. 물에 불렸을 때 1㎏이 되도록 90g씩 포장한 이 선물세트의 가격은 28만5000원. 이 대표는 “풍작으로 송이버섯 가격 자체가 낮아지기도 했지만 생산량이 가장 많을 때 구입해 저장해둔 것이라 시세보다 낮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결건조 송이버섯 선물세트가 판매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이마트 버섯류 선물세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신장했다. 이마트 이태경(48) 신선식품 팀장은 “구제역이 겹치면서 한우 선물세트 대신 송이버섯 선물세트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송이버섯 선물세트가 전체 버섯류 선물세트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미옥 대표는 “이상기온 현상이 계속되면 버섯류의 생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능이버섯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려고 이마트 측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 그는 “지난해엔 날씨 덕에 매출이 올랐다면 올해는 동결건조 방법 덕에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릉·양양=정선언 기자
지난 25일 이미옥 해송KNS 대표(오른쪽)와 이마트 버섯 담당 바이어 김재율씨가 건조기에서 막 나온 동결건조 송이버섯의 향을 맡아 보고 있다.
25일 강원도 강릉의 한 동결건조공장. “흠~.” 이미옥(47) 해송KNS 대표와 이마트 버섯 담당 바이어 김재율(36)씨가 건조기에서 자연산 송이버섯을 꺼내 향을 맡아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급속 냉동기에서 동결시킨 후 이틀간 말린 ‘동결건조 송이버섯’이었다. 이날 생산된 동결건조 송이버섯 500㎏은 모두 양양 포월농동단지 내 공장으로 옮겨져 설 선물세트로 포장됐다.
“원래 송이버섯은 출하철인 9월을 넘기면 구경을 못하죠. 생산량이 워낙 적어 저장할 게 없거든요. 그런데 지난해엔 대풍이 들어 이렇게 설 선물세트로 만드네요.”
실제로 지난해 전국에서 생산된 송이버섯은 400t. 2009년과 2008년 생산량이 각각 25t, 180t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 대표는 “50년 만의 대풍”이라고 말했다. 지난가을엔 하루 최고 포장량이 10t에 달했던 날도 있다. 덕분에 2년 전만 해도 1억원을 겨우 넘겼던 이 대표 공장의 매출은 지난해 50억원까지 급증했다.
송이 대풍의 일등 공신은 기후 변화다. 우선 지난해 가을 저온현상이 두드러진 게 컸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 수시로 비가 온 것도 한몫했다. 송이가 자라기엔 최적의 조건이었던 셈이다. 이상기온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셈이다. 송이가 넘쳐나면서 송이 값은 수직 하락했다. 지난해 이맘때 150만원까지 하던 냉동송이 1㎏이 올해는 38만원 수준에 거래될 정도다. 작황이 줄면서 가격이 30~40% 급등했던 과일·채소와는 정반대였다.
바이어 김재율씨가 이미옥 대표에게 ‘동결건조 송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바이어 김씨는 “동결건조한 송이버섯은 냉동 송이버섯에 비해 저장성도 뛰어나고 운반 등도 편리하다”며 “지난해 생산량이 워낙 많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동결건조는 영하 35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킨 후 영하 50도 정도의 저온에서 얼음알갱이를 기화시키는 방법으로, 일반 건조에 비해 네 배가량 비용이 더 든다. 그러나 건조 과정에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식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할 수만 있으면 대풍을 만난 송이버섯을 겨우내 보관했다가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길이 된다. 처음으로 송이버섯 동결 건조를 시도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온도와 압력이 맞지 않으면 송이는 어김없이 부스러졌다. 동결건조에 가장 적합한 온도와 압력을 찾아내는 데만 넉 달이 걸렸다. 이 대표는 “송이버섯은 수분량이 80%로 사과와 비슷하다”며 “우주식량으로 사과가 동결건조된다는 걸 알고 그 온도와 압력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모양도 문제였다. 통째로 동결건조했더니 조리하기 불편했다. 건조된 상태에서는 가위나 칼 등으로 자르기도 어려웠다. 얇게 저며 건조시키자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적정한 두께를 찾느라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1.3t 분량의 송이버섯을 사들여 동결건조시켜 보관했다. 설 연휴 대목을 겨냥한 것이었다. 물에 불렸을 때 1㎏이 되도록 90g씩 포장한 이 선물세트의 가격은 28만5000원. 이 대표는 “풍작으로 송이버섯 가격 자체가 낮아지기도 했지만 생산량이 가장 많을 때 구입해 저장해둔 것이라 시세보다 낮게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결건조 송이버섯 선물세트가 판매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이마트 버섯류 선물세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5% 신장했다. 이마트 이태경(48) 신선식품 팀장은 “구제역이 겹치면서 한우 선물세트 대신 송이버섯 선물세트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송이버섯 선물세트가 전체 버섯류 선물세트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강릉·양양=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