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개인기부 가로막는 3가지 장벽

2011. 4. 20. 08:58이슈 뉴스스크랩

대기업 오너 개인기부 가로막는 3가지 장벽

매일경제 | 입력 2011.04.19 17:45

 

◆ 한국의 기부문화 ◆정부는 기부 활성화를 위해 작년 8월 세법을 손질했다.

개인 기부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여 개인 명의로 기부를 하면 100% 또는 3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천재지변 후원 등 공익성 높은 법정기부금은 100%, 사회복지시설 등 특정 단체 기부금은 30%로 각각 소득공제를 올렸다.

반면 법인 이름으로 기부하면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하는 비중은 50%(법정기부금) 또는 10%(지정기부금) 수준이다.

공제비율로만 보면 현행 세법은 이미 법인이 기부하는 것보다 개인 기부에 대해 높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거액의 기부를 하지 않는 결과를 낳은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과 다른 오너 지분구조와 배당 행태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소규모 개인지분과 법인의 연쇄적인 출자구조를 통해 전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는 거액의 배당소득을 챙기는 외국 거부들과 거리가 멀다. 배당성향도 외국기업이 훨씬 강하다.

다음으로 대기업 오너의 기부 장벽으로 일컬어지는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출자 출연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문제는 어떨까.

김병규 기획재정부 법인세제과장은 "현행 제도만으로도 충분히 개인에 대한 인센티브는 법인보다 높다"며 "법적 제도보다는 대기업 오너들이 이를 잘 활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대기업 오너가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인지 아니면 편법 증여인지 알 수 없는 탓이 더 크다.

재계는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금이 일정 액수를 넘으면 증여로 간주하는 현재 제도는 개인 기부에 대한 걸림돌"로 보는 반면 정부는 "편법 증여 수단이 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절충점을 내놓고 있다. 김혜성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성실공익법인에 한해서 주식 출연 10%를 20%로 상향 조정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규제는 풀되 사후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부 시스템을 개편하자는 목소리다.

그러나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대다수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들이 그룹의 지주회사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도를 풀어주면 편법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른 현실에서 과연 철저한 사후관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염려다. 마치 지금 우리 현실에서 전면적 금산분리 완화를 해줘도 되겠느냐는 딜레마와 유사하다.

미국은 주식 규모나 비중 제한 없이 구체적인 세율을 정하지 않고 사후검토라는 대원칙을 통해 해결한다.

자선단체에 주식을 출연하는 것은 비과세지만 공익재단이 이 주식을 제3자에 되파는 이른바 상속ㆍ증여를 한다면 '단계-매매이론(step-transaction doctrine)'을 적용해 일괄 과세하는 것이다.

미국은 기부자가 기부를 통해 혜택이 있다면 소득공제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 예로 건설업체가 법인 소유 토지를 특정 학교 재단에 기부했다면 미국 국세청은 기부를 빌미로 건설 용역을 받았는지 조사한다.

기부를 회삿돈으로 하는 관행은 더 큰 문제다. 법인 기부는 명백히 주주들의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니만큼 상법상 '자본유지 원칙'이나 '회사의 영속성 원칙' 등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기부금 처리는 이사회 의결로 돼 있고 기부내역은 연말 주총 때 사후 추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기업보다는 회장 개인이 기부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주주들 동의없이 법인 이름으로 기부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기업의 기부가 많으면 주주권익에 대한 침해가 일어나고 기업의 홍보를 위한 기부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아진다"며 "특히 기업 기부금 규모가 크면 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개인 기부를 늘릴 수 있는 제도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유층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현금 이외 주식과 부동산 기부에 대해서도 조세혜택을 제공하는 세제를 마련해 기부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 기부의 질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개인기부 약 80%가 종교 분야다. 미국 36%, 영국 11%에 비하면 너무나 비중이 크다. 개인 기부 문화를 다양한 공익활동 대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병득 기자 /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