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늘고 이혼 줄고…경기가 좀 풀려서 그런가

2011. 4. 21. 09:1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결혼·출산 늘고 이혼 줄고…경기가 좀 풀려서 그런가
기사입력 2011.04.20 17:40:15 | 최종수정 2011.04.21 07:22:37

 

결혼 4년차인 한상우(33)ㆍ김서령 씨(30) 부부는 오는 8월 태어날 첫아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애초 결혼 2년째인 2009년 무렵 아이를 낳자고 약속했지만 글로벌 경제 한파로 한 차례 보류했다. 한씨는 "당시 아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려워 육아휴직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미뤘는데 지난해 말 다시 출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 경제가 벗어나면서 각종 사회지표도 엇갈리고 있다. 미뤘던 결혼식을 서두르면서 혼인율과 출생률이 함께 높아지는 데 반해 경제 문제에 따른 부부간 다툼이 줄어 이혼율은 하락했다. 저출산ㆍ고령화가 고착화한 사회구조에 경제성장률 상승이라는 경기 요인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혼인율은 지난해 6.5건으로 전년보다 0.3건 늘었다. 2007년 7건에서 2008년 6.6건으로 줄었던 것이 다시 회복세로 돌아선 상태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출생률도 상승 반전했다. 2007년 10명에서 2008년 9.4명, 2009년 9명으로 줄었지만 작년에는 9.4명으로 늘었다.

반면 15세 이상 결혼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이혼율은 2008년 4.8건에서 2009년 5.1건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다시 4.7건으로 하락 전환했다. 경제학적으로 경기 악화와 이혼은 통상 비례한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때처럼 가계에 타격이 클수록 중장기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다. 2000년 5.3건에서 2003년 7.2건으로 늘어난 뒤 하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경제성장률은 2007년 5.1%에서 2008년 2.3%, 2009년 0.3%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6.2%로 급등했다. 사회지표 회복은 V자나 U자형보다 천천히 상승하는 브로큰 윙(Broken Wing)에 가깝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국민은 지표상 경기 회복보다 하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찾는 여성도 늘었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08년 61.5%에서 2009년 60.8%로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61%대로 상승했다.

어두운 면도 있다. 절도 건수는 2008년 22만건에서 25만건으로 늘었고, 강도는 4827건에서 6379건으로 급증했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