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2. 00:39ㆍ이슈 뉴스스크랩
대출중개업체 위장취업해보니…“낚일때까지 거짓말”
금리6%에 수수료 없어요” 쉴새없이 ‘유혹의 덫’ 놨다
걸려들면 최고44% 금리에 대출금 11% ‘수수료 폭탄’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뜯어먹고 사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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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지의 ‘전화상담원’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 대출중개업체는 겉모습만 봐서는 여느 회사와 다를 바 없었다. 출입문엔 영어로 ‘○○ Loan Agency’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책상이 40여개 있고, 책상 위에는 응대 요령, 기록지, 헤드셋들이 놓여 있었다. 우락부락한 몸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직원들을 상상했으나 직원들은 의외로 세련됐고 태도도 상냥했다. 그러나 속은 온통 거짓과 불법이 판을 치고 있었다.
기자는 지난 20일 서울 강북지역의 대출중개업체에 찾아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 하루 동안 취업했다. 대부업체는 물론 제2금융권이 서민들에게 연 30%가 넘는 고금리를 물리고 있는 이면에는 불법 대출중개업체들이 다단계로 끼어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체험을 통해 그 실태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명단을 넘기면 대부업체가 고금리 대출을 해주는 그런 구조다.
전화상담원은 ‘1차’와 ‘2차’로 나뉘었다. 1차 상담원은 사람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출을 받을 의향이 있는 이를 가려낸다. 2차 상담원은 대출의향자의 소득을 파악해서 대출 금액과 이자율을 대강 정하고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아낸다. 대부업체는 2차 상담원이 추려낸 대출의향자 자료인 ‘디비’(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대출액과 이자율을 결정해 돈을 보내준다.
전화상담원들이 고객에게 주는 정보는 모두 거짓이었다. 이들은 회사 이름을 ‘삼성캐피탈’이라고 소개했다. 대기업 이름이 들어가면 사람들이 경계심을 낮추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1차 상담원이 해야 할 일을 가르쳐준 ‘실장’은 고객과 통화할 때 여러개의 가명을 사용하고 있었다.
상담원이 사용하는 전화기는 ‘오토콜’이라고 불린다. 샤프(#) 버튼만 누르면 전화가 자동으로 걸렸다. 실장은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서 건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상담원 얘기는 달랐다. 누리집 등에서 유출된 회원정보를 사온다는 것이다. 그는 “회원정보의 질에 따라 대출이 잘되는 때도 있고, 계속 시골로 걸리는 재수 없는 날도 있다”고 귀띔했다.
1차 상담원은 ‘한달만 판매하는 최저금리 6%의 대출상품’이라는 말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경제력을 평가해 금리를 23%부터 44%까지 매긴다. 고객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 “한달만 진행하는 행사라 어디 가서 이런 금리의 상품 찾기 어렵다”고 말하며 붙잡으라고 가르쳐줬다.
수수료가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수료를 뗀다. 대출금의 11%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보낸다고 했다. 실장은 “고객들이 돈이 급하니까 수수료로 떼인 게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냥 써버린다”고 말하며 여유롭게 웃었다. 물론 대출금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은 불법이다.
이 업체는 존재 자체도 불법이다. 전국 6곳에 지점이 있는 이 업체는 1곳만 대부금융협회에 등록했다. 그나마도 2010년에야 등록했다. 나머지 5곳은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고 있다. 실장은 “우리 회사는 10년 이상 영업해온 최고의 대부중개업체”라고 자부했다. 고객에게는 등록된 제2금융권 업체라고 속였다.
실장은 이 업체의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말했다. 대부금융협회가 공개한 평균 중개수수료율은 8.17%다. 여기에다 고객한테 떼는 11%의 불법 수수료를 합치면 그것만 해도 연간 수입이 100억원(연매출의 약 20%) 안팎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부업체가 챙기는 이익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1차 상담원은 매월 150만~180만원을 받아간다. 기본급은 120만원이다. 여기에 대출의향자 쪽지를 50장 넘겼을 때부터 한 장에 5000원씩 인센티브를 받는다. 하루에 쪽지를 최소한 2~3장 만들어야 인센티브가 쌓인다.
이렇게 2~3개월 일하면 2차 상담원이 된다. 2차 상담원들은 평균 3억~7억원의 대출을 성사시키고 350만원에서 1100만원에 이르는 월급을 가져간다고 실장이 설명했다.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2차 상담원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부장’이라고 불리는 30대 후반의 남자는 신형 벤츠를 몰았다. 옷과 구두, 가방 모두 명품이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20대였다. ‘이사’ ‘부장’ ‘과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관리자들은 30대 중반이다. 기자가 일하러 간 날에는 대학교 3학년 여학생 두 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 실장은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방학이랑 휴학 합쳐서 일하러 온 애들”이라며 “전화상담원에는 30대 다음으로 20대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습게도 학자금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한테 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집중개인은 대부분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20~30대”라며 대출중개업계를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뜯어먹고 사는 구조”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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