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확정후 첫 인터뷰

2011. 7. 12. 09:36C.E.O 경영 자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확정후 첫 인터뷰
가난한 나라도 부패 심하면 원조 줄일것
한국 원조규모 너무 작아 심적부담 커
국제사회 존경 받으려면 책임 다해야
기사입력 2011.07.10 18:04:58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남수단 독립기념일 행사를 마치고 아디스아바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매일경제신문이 펴낸 "컬러풀 아프리카"를 읽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9일(현지시간) "가난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민주화 정도나 부패 정도를 고려해 원조를 결정하는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남수단 독립기념 행사를 마치고 미국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50년 동안 2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많은 돈이 아프리카에 투입됐으나 아직도 많은 나라가 빈곤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반 총장은 "많은 아프리카 정부가 부패한 결과 돈을 지원해도 낭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선진국들의 원조 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반 총장은 "선진국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일방적인 지원을 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연임이 확정된 후 국내 언론들과 인터뷰 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은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서부 사하라 이남 지역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이곳은 아프리카 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다. 개발 정도는 낮은 반면 자원이 풍부하고 개발 가능성이 큰 만큼 발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이들 나라에 전수하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에 적합한 발전 모델로 한국만이 아니라 `남남 협력`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아프리카에서 스스로 발전 모델을 만들어 성공한 나라는 별로 많지 않다"며 "한국은 개발도상국 시절 남남 협력 경험이 있는 나라이자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남북 협력의 좋은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동시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국가의 발전 모델도 아프리카가 배울 만하다"고 권고했다.

아프리카 외교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고위급들이 자주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있다"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한 것은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세 번에 불과하다.

반 총장은 국제적인 지도자의 덕목으로 책임 이행을 꼽았다. 반 총장은 "세계에는 눈물겹도록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이보다 더 눈물겹게 봉사하는 사람도 많다"며 "존경을 받으려면 책임을 다해야 하고, 이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조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가 미흡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는 반기문을 유엔 사무총장으로도 보지만 `한국인`으로도 본다"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심적 부담이 크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의 대외원조 금액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고 계획도 국제사회 요구 수준에서 한참 멀다는 점에서다.

한편 반 총장은 남수단 주바에 있는 유엔기지를 방문해 컨테이너에서 1박을 했다. 지금까지 유엔기지 내 컨테이너에서 숙박을 한 유엔 사무총장은 반 총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엔기지에서 색다른 `만남`도 가졌다. 3년 전 남수단을 방문했을 때 살파 키르 남수단 초대 대통령이 자신에게 선물로 준 소를 둘러본 것. 남수단에서 소를 잡는 것은 손님에 대한 최고 예우다.

그만큼 반 총장이 남수단 독립과 평화를 위해 애써온 점을 인정한 셈이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최대 역점 사업으로 수단 내전 종식과 평화 정착을 내세운 바 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 김명수 뉴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