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쓰던 미국인, 저축으로 눈 돌린다

2011. 7. 18. 08:55지구촌 소식

펑펑 쓰던 미국인, 저축으로 눈 돌린다

한국경제 | 입력 2011.07.17 18:32 | 수정 2011.07.18

 

금융위기 3년 겪은 후 '안전모드' 재테크 성향
저축률 OECD 평균으로

돈을 빌려 소비하는 데에만 익숙하던 '베짱이' 미국인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3년을 거치면서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개미'로 변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세계 최저 수준이었던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섰다. 공격적인 투자를 지향하던 재테크 성향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안전형'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더 이상 국가가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는 분위기다.

◆미국인 절반 "위기 전보다 많이 저축"


CNBC는 아메리카리서치그룹(ARG)에 의뢰해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9.8%가 "위기 전에 비해 더 많이 저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16일 보도했다. 44.9%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5.3%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저축률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OECD에 따르면 금융위기 전인 2007년 2.1%에 그쳤던 미국의 저축률은 2008년 4.1%,2009년 5.9%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도 5.7%로 5%대 후반을 유지했다. OECD는 미국의 저축률이 올해 6.0%,2012년에는 6.1%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축의 이유도 달라졌다.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을 넘는 50.2%가 "은퇴 이후를 위해 저축한다"고 답했다. "대학 교육을 위해 저축한다"는 응답이 15.8%로 뒤를 이었다. 미국인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브릿 비머 ARG 회장은 "과거에 실시한 비슷한 설문에서 은퇴 이후를 위해 저축한다는 응답은 16%를 넘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신용카드에 대한 걱정도 줄었다. 이번 설문에서 신용카드 청구서 때문에 압박을 느낀다는 응답은 29.1%로 작년 조사 당시의 35.6%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09년에는 같은 응답이 48.6%에 달했다.

◆투자성향은 보수적으로


금융위기 3년은 미국인들의 투자성향도 바꿔놓았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지난달 미국인 12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58%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응답했다. 44%는 더 이상 주식시장에 돈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의 투자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37%만이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공격적이라고 답해 금융위기 이전의 46%에 비해 줄어들었다.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40%로 위기 전 33%에 비해 7%포인트 늘어났다. 주디 라이스 푸르덴셜투자 사장은 "펀드 투자자들이 마치 위기를 관리하는 기관투자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과 시장 변동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물자산이나 시장중립형 상품,채권 상품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