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IT대통령 퇴임

2011. 8. 26. 09:10C.E.O 경영 자료

21세기 첫 IT대통령 퇴임

지면일자 2011.08.26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24일(현지시각) 애플 CEO를 사임했다. 사진은 지난 2007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콘퍼런스&엑스포에 참석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 (AP연합뉴스)
21세기 첫 10년을 세계 IT 대통령으로 군림해 온 스티브 잡스가 CEO직을 내려놓았다. 지병은 그를 더 이상 애플의 CEO로 두지 않았다. 세계 IT업계는 잡스가 떠난 애플의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애플 창업주, 아이콘(iCON) 스티브 잡스가 24일(현지시각) 애플 CEO를 사임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사회와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애플 CEO로서 기대와 책임에 부응하기 힘들 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말했는데 불행히도 그날이 왔다”며 사임 사실을 밝혔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임 사실을 공표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스티브 잡스가 올해 초 병가를 내고 휴식에 들어간 만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추측하고 있다.

그가 물러난다는 소식에 글로벌 IT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창조적 혁신으로 IT산업에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증시도 흔들렸다. 사임 발표 후 1시간 만에 애플 주가는 7%(장외거래)까지 떨어졌다.

스티브 잡스는 1997년 애플 복귀 후 MP3플레이어인 아이팟과 아이튠스로 디지털 음악 혁명을 이끌었다. 이후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열며 스마트폰 시장 최강자로 떠올랐고,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생태계도 애플에서 시작됐다. 데스크톱PC 종언을 고하며 야심차게 발표한 아이패드는 초반 회의적인 반응을 상쇄하며 스마트패드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메일에서 현재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을 차기 CEO로 지목했다. 팀 쿡은 병가 중인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애플의 경영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는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2~3년간 신제품 출시 계획이 이미 잡혀 있고, 스티브 잡스가 CEO직은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으로서 영향력은 여전히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를 사퇴할 만큼 악화된 그의 건강이 문제다.

1997년 애플 CEO로 복귀한 이후 차기 CEO인 팀 쿡,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등 ‘잡스의 아이들’로 불리는 후계를 양성해 이들이 잡스의 비전대로 애플을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이클 가텐버그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애플에 있어 스티브 잡스는 CEO 이상의 존재였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 이를 상품에 반영했다.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은 신화가 됐다.

잡스의 뒤를 이을 경영진이 날로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혁신으로 애플을 이끌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찰스 오레일리 스탠퍼드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그들(차기 경영진)이 다음번 홈런을 칠 수 있을까?”라며 “그러지 못한다면, 불리한 거래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