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잊은 복구 구슬땀 현장을 가다'

2011. 9. 10. 09:1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르포]'추석도 잊은 복구 구슬땀 현장을 가다'

뉴시스 | 엄기찬 | 입력 2011.09.10 07:01

 

[청주=뉴시스】엄기찬 기자 = "시름하고 체념하면 뭘 할 수 있나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가 원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9일 오후 1시. 올해 여름 갑자기 몰아닥친 돌풍으로 곳곳이 쑥대밭으로 변한 충북 청원군 북이면 금암리 한 양계장에서 만난 이근윤(56)씨는 잠시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지난 7월26일 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끔찍한 바람에 유일한 생계수단인 양계장 16개동 가운데 15개동이 파손됐고, 12개동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밤낮으로 고생도 마다않고 애지중지 키우던 닭 4만 마리도 모두 폐사됐다. 하룻밤 사이 모든 것을 앗아간 하늘이 잠시 원망스럽긴 했지만 넋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천재지변인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복구하는 것이 낫지요. 모든 것이 나중에 더 잘 되라는 하늘의 뜻 아니겠어요"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도 이씨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은 채 재기를 위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에게 이번과 같은 피해는 처음이 아니다. 2004년 폭설로 양계장이 모두 주저앉고 수만 마리의 닭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때도 이씨는 보란 듯이 일어섰다. 다만 인건비라도 아낄 요량으로 이번 추석연휴에 대학생 아들과 함께 복구에 힘을 쓰려했지만 비 소식에 하늘이 조금은 야속하긴 하다.

"연휴에 사람 안 쓰고 아들 녀석과 병아리 값이라도 건져보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 하니 그마저도 힘들 것 같네요. 피해가 나고서 한 달 내내 비가 내려 복구도 못한 것에 비하면 낫지요"

피해 직후 이씨는 한 달 동안 줄기차게 내리는 빗줄기만 바라보며 제대로 된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인근 군부대 등에서 도움의 손길을 줘 이 정도까지 복구할 수 있었다.

이씨처럼 그날 밤의 악몽과도 같은 돌풍으로 피해를 본 곳만 청원군 북이면 일대에서 주택 21동, 축사 21동 등 모두 60곳이 넘는다.

또 올해 여름 충북에서 집중호우와 태풍 등 6차례의 큰 자연재난으로 피해를 본 곳도 1403가구에 달한다.

이씨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는데 모두 저와 같은 심정일 겁니다. 올해 추석에는 땀을 흘려도 내년에는 웃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며 내년에 새로운 축사가 생길 자리를 바라봤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재기하는 모습을 아들이 꼭 배웠으면 좋겠다는 이씨는 오늘도 언젠가는 다시 풍요롭게 맞이할 추석을 마음 속에 품고 희망의 구슬땀을 흘릴 준비를 했다.

dotor011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