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김민숙(53)씨는 2005년 여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심재웅군, 현재는 인천 부흥고 2)에게 이런 말을 듣고 당황했다. 성적이 학급(반)에서 최하위권이었고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기 일쑤인 아들을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린 것이다. 그때까지 재웅이는 과목 전체 평균 40점을 넘긴 적이 없었다.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김씨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풀이 죽은 아이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다음 날 서점으로 달려가 참고서와 문제집을 구입했다. 형편이 빠듯해 사교육을 시킬 수 없어 직접 아들을 가르쳐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매일 두 시간 걸리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전철 안에서 참고서를 공부했다. 회사 일과 집안 일, 아이 선생님 등 1인3역을 하느라 몸이 고되기는 했지만 오후 10시까지 아들과 같이 공부했다.
재웅이는 “물 주세요” “배 고파요”라며 5분도 앉아 있지 못했다. 김씨는 짜증 내지 않았다. 공부 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도 엄마 탓이라 생각했다. 모자(母子)는 매주 흰 종이에 일주일과 한 달치 목표를 기록했다. 그러자 재웅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30분, 한 시간으로 차츰 늘어났다.
5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엄마와 아들은 흰 종이에 ‘반 5등’이라고 적었다. “꿈을 크게 갖고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놀랍게도 재웅이는 5등을 했다. 엄마는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친척과 이웃에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재웅이를 ‘칭찬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재웅이를 놀리던 친구들과 공부 못하는 아이라며 집에 놀러 오지 못하게 하던 친구 할머니의 태도도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