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이용객 1억 명 시대, '치안 비상'

2011. 10. 7. 09:18이슈 뉴스스크랩

[뉴스플러스] 철도이용객 1억 명 시대, '치안 비상'

MBC | 최훈 기자 | 입력 2011.10.05 22:39 | 수정 2011.10.05 23:01 | 누가 봤을까? 20대 남성, 대전


[뉴스데스크]

◀ANC▶

시내 전철부터 KTX 까지 연간 철도 이용객이 1억천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철도에서 최근 들어 성추행과 강절도 등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객차 안에 경찰력이 거의 없으니, 사실상 치안공백 사태인 셈인데요.

철도범죄, 오늘 뉴스플러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최훈 기자입니다.

◀VCR▶

수도권의 한 전철 안.

한 남성이 여성의 뒤로 점점 다가갑니다.

좌우를 살피더니 몸을 아예 밀착시키고, 한 손을 여성의 신체에 갖다 댑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철도 경찰대에 붙잡혔습니다.

전철 승강장에서 술 취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한 남성.

옆에 앉아있던 다른 남자가 취객의 뒷주머니에서 슬그머니 지갑을 빼냅니다.

서울역 대합실.

두 남성이 갑자기 시비가 붙더니,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합니다.

바닥으로 수차례 메어치고 또 발로 걷어차고.

철도 시설에서는 이런 폭행과 소매치기, 절도 사건이 끊이질 않습니다.

◀SYN▶ 철도경찰

"KTX나 특실 손님들 대상으로 하는 절도도 있고, 마지막 차 못 내리는 분들한테 아리랑치기도 하고요. 성추행은 워낙 많아요."

특히 하루 260만 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전철은 성추행범들의 주 무대입니다.

단속에 나선 철도 경찰대를 따라 다녀봤습니다.

불과 20분 뒤, 붐비는 출근길 전철 안에서 수상한 남성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몸을 여성의 뒤에 바짝 붙이고, 과감하게 여성의 어깨에 손을 얹습니다.

이렇게 5분 동안이나 여성을 괴롭혔습니다.

◀SYN▶ 피해여성

"은밀한 부분이 엉덩이에 닿고, 계속해서 그랬거든요. 몇 번 몸을 뒤척이기도 했었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피하진 못 했고요."

◀SYN▶

"성추행 현행범 체포합니다.

(왜 그러는데요?)

그러나 남성은 펄쩍 뛰며 억울하다고 잡아뗍니다.

◀SYN▶ 성추행 피의자

"아니 출근하는 사람한테 왜 그래요?

(왜 바로 출근하시지 아가씨 성추행하고 그러십니까?)

"누가 추행을 해요? 정말 미치겠네."

전철 범죄는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 그리고 이렇게 계단 출입구에서 가까운 열차 칸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혼잡해서 범죄를 저지르기 쉽고, 걸리더라도 도망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성추행범의 절반 이상은 말끔한 정장 차림의 전문직이나 회사원.

◀SYN▶ 성추행 피의자

"내가 갑자기 미쳤나? 내가 왜 이렇고 있나? 미안하다고 계속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피해자한테요?)

"네."

◀SYN▶ 성추행 피해자

"구로역 문이 열리려는 순간 의도적으로 대놓고 만졌어요. 제가 잡고서 안 놔주니까 저보고 미안하다 인정하는 거예요."

남성들은 알 수 없는 공포, 여성들은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 기 자 ▶

이런 철도 범죄는 매년 급증해, 성추행은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소매치기와 같은 강도와 절도는 같은 기간 3배나 증가했고, 갈수록 흉포화 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철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VCR▶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성추행을 하다 체포된 남성.

◀SYN▶ 성추행 피의자

"아 진짜 만진 게 아니라니까, 만진 것은 아니에요."

잡아 떼는 이 남성에게 휴대전화로 찍은 증거동영상을 보여주자 태도가 바뀝니다.

◀SYN▶ 성추행 피의자

"할 말 없습니다. 아까 제가 좀 이상해졌던 것 같아요."

이처럼 성추행을 했으면서도 범행을 부인할 경우 객관적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버스, 택시와 달리 전철과 열차 객차 안에는 어느 곳에도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철도경찰은 객차에 탑승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일일이 범행 현장을 잡아야 합니다.

성추행의 경우 증거를 확보하더라도 가해자 몰래 피해 여성의 처벌 의사까지 확인해야만 체포할 수 있습니다.

◀INT▶ 백종현 조사관/철도 경찰

"범행현장을 포착하기가 어렵고요. 범행현장을 포착했더라도 처벌을 원치 않아서 못하는 경우가..."

늦은 밤 서울역 안.

노숙자들과 힘겨운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시간입니다.

◀SYN▶

"야 이 XX야, 네가 뭔데 나가라 그래."

열차에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안전도 살펴야 합니다.

가장 규모가 크다는 서울 본부의 철도경찰 수사관은 불과 5명.

수도권에 배치된 인력까지 합쳐도 수사관 한 명이 승객 5만 명을 담당해야 합니다.

◀SYN▶ 철도 경찰 조사관

"관내는 자꾸 넓어지는데 그 사무실은 자꾸 축소되다 보니까 일이 더 힘들어 지는 거죠."

이러다보니 수사관이 탑승하는 전철과 열차는 10대 중 1대도 안 됩니다.

이마저도 밤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는 수사관 탑승이 불가능해 열차는 치안공백 상태가 됩니다.

◀INT▶ 예덕해 팀장/철도 경찰대

"각 센터마다 보통 2-30개 역 이상을 관리를 하고 있어요. 사무실에 사건이 생기면 다른데서 신고가 들어와도 대처할 능력이 실제로 없습니다."

이번 달 말 개통을 앞둔 신분당선 전철에는 최첨단 CCTV가 객실당 두 개씩 설치돼있습니다.

원격 조정에 360도 회전도 가능합니다.

비상상황입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만 철도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내놓은 고육지책입니다.

◀INT▶ 김동규/(주)신분당선 관제센터장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성추행이라든지,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처를 할 수 있게끔..."

매달 철도 이용객은 1억 명.

철도망은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 승객들은 범죄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상황.

치안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최훈 기자 iguffaw@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