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발 여심 공략해 월매출 3000만원 올리는 구두 CEO

2011. 10. 16. 11:26분야별 성공 스토리

왕발 여심 공략해 월매출 3000만원 올리는 구두 CEO
기사입력 2011.10.16 11:09:38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는 흥분되다 못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큰 발 때문에 평생 예쁜 구두 하나 신어 본 적 없는 딸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어머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빅사이즈 여성 구두 전문 쇼핑몰 `슈자이너` 대표 박진선(38)씨는 12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빅사이즈 구두 판매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같은 고객의 감사 인사를 꼽았다.

박 대표는 `빅사이즈`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7년 전 빅사이즈 구두만 취급하는 전문 쇼핑몰 슈자이너를 창업했다. 대학에서 제화공업학과를 전공하고 유명 구두 업체의 인터넷 사업부 총괄을 맡아 활약하는 등 구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생을 살아 온 그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나오면서 평소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키기로 결심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빅사이즈라는 틈새시장이었다.

그는 "구두 업체에 있을 때 예쁜 구두를 보고 `260mm나 270mm는 없느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며 빅사이즈 구두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박 대표 자신의 발도 큰 편은 아니지만 볼이 넓어 구두가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던 터였다.

225mm~255mm의 기존 기성화와 달리 215mm~270mm까지 폭넓은 사이즈를 취급하는 슈자이너는 그동안 남몰래 고민해 온 왕발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루에 100켤레 이상 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인터넷으로 심심찮게 주문이 들어오곤 해 최근에는 수출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사업 초기 언제나 승승가도만 달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초반에는 마음고생이 무척 컸음을 고백했다.

박 대표는 "직접 디자인한 270mm 구두를 판매했는데 몇 켤레 밖에 못 팔고 나머지는 전부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처분해 큰 손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반응은 좋았지만 화려한 색상이 발을 크게 보이게 만들까봐 선뜻 구매한 소비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사업 초기 무리하게 대출받은 4억여원의 빚도 아직 갚아 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2005년 사업 시작 후 일 년도 안 돼 궤도에 오른 사업은 쇼핑몰 방문객만 하루 1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빅사이즈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금도 신규 회원이 하루에 열 명 이상씩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슈자이너의 한 달 매출은 평균 3000만원. 박 대표는 "이 속도라면 빠른 속도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슈자이너의 고객은 2~30대 젊은 여성 위주의 단골이 많다. 오산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강릉, 대전 심지어 제주도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일반 구두 매장에서는 찾기 어려운 예쁜 디자인의 빅사이즈 구두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빅사이즈 의류와 레깅스 등 관련 아이템을 함께 판매하다보니 한 번에 원하는 코디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단골로 인천에서 방문한 할머니 8명을 꼽았다. 70~80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슈자이너를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죽기 전에 예쁜 구두를 신어보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큰 발 때문에 운동화만 신어야만 했던 할머니들이 난생 처음 킬힐이나 플랫 슈즈를 신고 소녀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는 앞으로 빅사이즈 분 아니라 스몰사이즈도 집중 공략해 `스몰 앤 빅사이즈` 컨셉의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225mm 미만의 스몰사이즈 수요도 많지만 아직 그에 맞는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

또 큰 발로 고민인 여성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있다. 서로 갖고 있는 사이즈의 신발을 돌려 신거나 공동구매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큰 발 여성들도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구두를 신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활발한 블로그 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인터뷰 도중에도 박 대표의 휴대폰에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왔다. 멀리서 차를 몰고 온 고객들도 줄을 이었다. 박 대표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만 오는 특별한 브랜드 `슈자이너`로 키워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