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김미화가 한마디 하면 야당 기류 바뀐다" ㅡ민주당 핵심관계자

2011. 11. 26. 09:10C.E.O 경영 자료

"공지영·김미화가 한마디 하면 야당 기류 바뀐다" ㅡ민주당 핵심관계자
[폴리테이너 전성시대]
非정치인 이슈 주도 '甲' 되고 정치인은 눈칫밥 먹는 '乙'로
나꼼수 "30일 10만명 모이자" 오프라인 동원력까지 보여
"사실 확인도 안된 글 많아… 감정적이고 무책임" 비판도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입력 2011.11.26 03:12
|수정 2011.11.2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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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인기를 배경으로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 연예인)'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설가·연예인·언론인·교수 등 비(非)정치인인 이들이 정치판의 '갑(甲)'이고, 기존 정치인들은 정치판의 '을(乙)'인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 팔로어와 리트윗이 힘

↑ [조선일보]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손 대표는 전날 소설가 공지영씨로부터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 [조선일보]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폴리테이너들. 위부터 소설가 공지영, 방송인 김제동, 소설가 이외수, 개그우먼 김미화, 배우 김여진.

개그우먼 김미화 씨는 23일 트위터에 "(경찰이) 오늘 시청 집회에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발사했다"는 비판 글을 띄웠다. 그는 리트윗을 통해 팔로어 19만명에게 "입고 있던 옷엔 순식간에 살얼음이 얼었다" "이런 날씨에 물대포라니…"라며 현장을 생중계했다. 그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지금 당장 경찰청으로 달려가 물대포를 맞고 연행된 국민을 위해 항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경찰의 물대포는 이슈가 됐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까지 나서서 경찰을 비판했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23일 팔로어 63만명에게 "물대포 맞았으니 나 지금 기분 지랄 같다. 씨"라고 했다. 그는 24일 부산대 강연에서 "이씨( 이명박 대통령)가 훌륭하시다. 재선하시겠다. 미국 대통령으로"라고 했다. 이날 강연엔 2500여명이 왔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23일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직후 "지금은 웃겠지만 내년이면 (선거에서)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뼈저리게 통감하실 겁니다"라고 썼다. 그의 팔로어는 104만명이다. 배우 김여진 씨(팔로어 15만명)도 한미 FTA에 대해 "3분 날치기 통과"라고 했다. 소설가 공지영 씨는 갑자기 한미 FTA 반대 여론 형성의 중심에 서게 됐다. 팔로어 25만명, 수시로 올리는 글과 리트윗이 무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공씨에게 원색적 비판을 받아도 민주당은 적극 대처를 못하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꼼수'는 야권의 반(反)FTA, 반(反)MB 집회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꼼수' 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25일 트위터를 통해 "11월 30일 저녁 나꼼수 여의도 공연, 5만명이 모이면 눈물 날 것이고 10만명이 모이면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방송이지만, 오프라인 동원력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 탓… 책임성은 한계

과거에도 인기 연예인들이 정계에 진출한 적이 있었고, 정치를 풍자·비판하는 말로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폴리테이너들처럼 정치인을 능가하는 정치적 주도권과 힘을 가진 일은 없었다. 이렇게 된 배경은 "결국 정치권이 잘못한 탓"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몸싸움, 자기 이익 챙기기, 소통 부족 등의 결과라는 것이다. 또 안철수 교수, 박원순 서울시장 같은 이들의 후광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지영·김미화씨 등이 트위터에서 한마디 하면 당내 기류가 바뀐다"고 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폴리테이너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적고 시각이 신선하다"며 "정당이 살아남으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폴리테이너들이 감정적이고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사실 확인도 안 된 무책임한 말이 많다"고 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의 핵심인데, 폴리테이너는 다양한 목소리는 내지만 정책 조정 기능은 못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