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만 사가고 의류·가전 비싼제품엔 지갑 안열어요"

2011. 12. 6. 09:1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생필품만 사가고 의류·가전 비싼제품엔 지갑 안열어요"
매일경제|
입력 2011.12.05 17:43
|수정 2011.12.05 20:57

 

◆ 우울한 연말경기 ◆연말 경기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 생필품 등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고 의류, 생활용품 등 사치성 소비재 구매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국내 소비시장에 만만찮은 파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심리 위축은 대형마트 11월 매출을 분석해보면 읽을 수 있다. 이마트 식품코너 매출은 기존 점포(지난 1년간 개장한 점포 제외)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 늘어났다. 롯데마트도 8.5% 신장됐다. 하지만 의류ㆍ잡화 분야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기존점 기준) 모두 각각 2.9%, 2.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썰렁한 모피매장 연말 경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고 있다. 5일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 모피코너가 썰렁하기만 하다.

백화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롯데백화점 11월 식품 매출은 기존점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6% 올라갔다. 하지만 남성복과 여성복은 방한의류 판매가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작년 동기간 대비 1~3%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웃도어ㆍ영트렌디(SPA) 상품군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여 체면치레를 했다"면서도 "남성ㆍ여성복이 의류 매출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격이 꽤 있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11월 식품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뛰었지만, 모피(-8.9%), 스포츠ㆍ골프웨어(-7.0%), 잡화ㆍ구두(-6.0%) 등이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내구재 판매도 부진하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 줄어든 11만5273대에 그쳤다. 국내 대표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9월부터 3개월 연속 내수가 감소했다.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쏘나타 판매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연말을 맞아 재고 밀어내기에 나선 수입차 업계만 지난달 반짝 증가세를 보였을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 불황에 신차 효과도 줄어들면서 판매 부진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국 기아차 부사장은 "현재 자동차 분야 내수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염려된다"며 "차급으로 보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차와 경차가 인기를 끄는 반면 중형차 이상에서는 판매 부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가전업계도 우울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염려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가전제품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가전 업계에서는 최대 성수기를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11월로 본다. 따라서 삼성 LG 등 가전업체는 물론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유통전문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까지 지난달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11월 대형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감소했다. 가전 전체로도 매출 규모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11월 경기가 최악 상황을 보이면서 백화점 3사 상품본부장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상황이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게 더욱 문제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예년 같으면 이맘때 사업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현업 부서와 의견 조율이 안 돼 매출 신장률 등 세부계획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면서 "내년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도 "글로벌 경기와 소비심리는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예측하는 것이 무리"라며 "숫자로 무리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판매 동향을 보면서 상품군을 배치하는 유연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백화점 매출을 탄탄히 받쳐주는 고소득층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염려를 표명했다.

김성환 신세계백화점 본부장은 "유럽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상위층 고객들 단가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심윤희 기자 / 고재만 기자 / 손동우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