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6. 21:40ㆍC.E.O 경영 자료
노동시간 '양보다 질'… 휴식 권하는 기업들
기업들의 근로 문화가 바뀌고 있다. 직장에서 무작정 열심히 오래 일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문화가 강한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31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3위다. 쉴 땐 쉬고, 짧은 시간에 업무효율을 높이는 선진국 형태로 일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마트 워크(smart work)'가 그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근로자가 개인 사정에 따라 근무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사무직은 유연근무제 확산=KT 직원 상당수는 요즘 집이나 집 근처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KT 한송화 차장은 5일 "전에는 광화문 사옥까지 출퇴근하느라 하루 평균 3∼4시간을 허비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2차례 정도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초등학생 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후에 간식까지 챙겨줄 수 있어 아이들과 한층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KT는 광화문·분당·서초 등 7곳에서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워크는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의 기업에서도 활용하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하되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자율 출퇴근제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휴가문화도 바뀌고 있다. 연차 휴가 등을 묶어서 2주 이상 장기 휴가를 장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2주 이상 장기휴가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연초 전 직원에게 2주 휴가 계획서를 받고 있고 임원들부터 먼저 2주 휴가를 떠난다.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 등은 여름이나 겨울에 연차 휴가를 묶는 방식으로 직원들이 '집중 휴가'를 가도록 하고 있다.
◇생산 현장의 근로시간 줄이기 확산=현대자동차는 2013년부터 현행 주야 2교대 근무를 주간 2교대 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주간 2교대 근무가 도입되면 자정쯤 조업이 끝나면서 야간근무는 없어진다. 현대차는 주간 2교대를 시행할 경우 개인별 근로시간이 현행 연간 4178시간보다 479시간 줄어든 3699시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도 포항 및 광양제철소 등에서 20여년간 운영해오던 4조3교대 근무제를 지난달 4조2교대제로 바꿨다. 4조2교대 근무제는 작업조를 4개조로 편성해 2개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뉘어 각각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조는 휴무하는 형태. 4조3교대제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휴무 일수가 80일 이상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여가문화도 바뀔 조짐이다. 지난해부터 4조2교대제를 시범운영했던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 지난해 3200여명이었던 사내 동호회 가입자가 올해 100명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2교대제가 본격 시행된 이후에는 증가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진국형 장시간 근로 형태 탈피해야=OECD에 따르면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 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전체 평균(1749시간)보다 20% 이상 많다. 장시간 근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화가 산업화시대의 잔재라고 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박사는 "장시간 근로는 산업화시대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힘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우리가 중국이나 베트남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며 "(근로시간의) 양적 투입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자 개인뿐만 아니라 전체 경제에 플러스 역할도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공무원과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1년에 연차 휴가를 4일 더 쓸 경우 관광소비 지출 증가 등으로 생산유발효과는 8조443억원이 늘어나고, 13만9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장시간 근로 관행의 부작용으로 꼽혀온 자기계발 학습시간 부족과 여가생활 부족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맹경환 김준엽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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