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거대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을 두고 식민지니 경제적 침탈이니 하는 시각으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제8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참석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7일(현지시간)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FTA에 대해 식민지 운운하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FTA는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분명 FTA는 성장 쪽에 도움이 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시장참여자들, 낙오자들에게 나눠져야 한다"며 "그런 점도 잘 정비하면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현 정부 출범 전인 2007년부터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왔고, 청와대는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일각에서 한나라당 영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제가 정치권에 가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국민' 되는 것이 영전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월1일을 목표로 했던 한미 FTA 발효가 늦어지고 있다. 언제 발효될 것으로 보는가.
▲국회에서 한 달 늦어졌고, 곧 크리스마스여서 미국쪽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다. 미국측이 우리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률회사에 번역을 의뢰했다고 한다. 한 달 정도 늦어진다고 해서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다. 2월 중에는 될 것이다.
--한미 FTA를 놓고 비판이 많다. FTA 정책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파이 키우기와 분배를 단칼에 끝낼 수 있는 정책은 없다. 분명 FTA는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시장참여자들, 낙오자들에게 나눠지도록 잘 정비하면서 가야 한다. 또 소득격차가 커져서 성장위주 정책은 곤란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래선 안된다. 파이 키우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내수시장을 자체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법률, 회계, 방송, 통신, 금융 등 산업과 직결된 서비스개방을 계속해야 일자리가 커지고 내수시장이 커진다.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자동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교역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지만, 투자는 다르다. 투자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우리 기업이 안 하면 외국기업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기업이 배가 아파서라도 투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시장이다.
--시장참여자에 대한 분배를 얘기했는데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분배는 결국 세제와 재정이다. 재정정책을 해야 한다.
--한미 FTA가 가진 다른 함의는.
▲미국이 한국시장만 보고 우리와 FTA를 한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세계경제를 견인하게 되는데, 제도 안정성과 투명성, 시장 개방도, 정부의 개방의지 등을 봤을 때 결국 한국이 중요하다고 점 찍은 것이다.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큰 동아시아를 공략하는 것이 미국 전략의 일부일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통해 동아시아권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식민지, 매판, 경제적 침탈이니 하는 생각이라면 문닫고 살아야 한다.
--도하개발과제(DDA)가 올해는 물론 내년도 어려울 것 같다. 물건너간 것 아닌가.
▲지금은 쉽게 말하지만 도쿄라운드가 6년, 우루과이라운드는 7년 걸렸다. DDA가 10년째 타결이 안됐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보거나 좌절할 상황은 아니다.
--결국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경제국의 입장 차이가 문제인데 접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국의 국력이 부각되고 있고, 국제질서의 기본이 많이 변했다. 세계경제의 비중이 한 쪽에 쏠리지 않고 퍼져있는 상황이다. 새로 부상하는 국가들의 권리와 의무를 적절히 반영해야 한다. 질서의 새로운 정립이 논의되는 과정이어서 쉽지 않다. WTO뿐만 아니라 유엔기구 등에서도 국제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가버넌스가 변화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보호주의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보호주의적 규제장치를 도입하게 되는데 WTO 회원국들이 이럴 때일수록 보호주의가 남발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보호주의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놔두면 확산될 것이다. 공동 노력으로 저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에 대한 정부 입장은.
▲TPPA는 시간을 갖고 봐도 괜찮다. 타결 속도와 수준이 초심같이는 잘 안될 것이다. 일본과 베트남 등이 포함돼있는데 농업과 수산물 등에서 합의가 쉽지 않다. 한미 FTA 발효 후에는 한·중·일 FTA를 검토해야 하는데 그쪽이 우리 경제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한·중·일 3자가 협상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3자보다는 양자 협상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변수가 늘면 더 복잡해지는 것 아닌가.
--러시아의 WTO 가입이 승인됐다. 우리나라가 기대하는 효과는.
▲러시아 시장은 크고, 우리 투자도 많다. 가입 조건으로 관세를 많이 내렸다. 화물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제품이 많이 내렸다. 또 투자 운용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다. 러시아의 WTO 가입을 기반으로 양자 교역과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mangels@yna.co.kr
김종훈 "`FTA 식민지' 운운은 시대착오"
2011. 12. 18. 10:41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인터뷰>김종훈 "`FTA 식민지' 운운은 시대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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