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김혜민 기자]�#1. 마포구 인근의 H 대학에 재학 중인 배모씨(22)는 대학생전세임대주택에 당첨됐지만 집구할 일이 걱정이다. 대학교 근처에서 3개역 떨어진 중개업소까지 뒤졌지만 허탕만 쳤다.�
배씨는 "중개업자에게 LH 대학생 전세 알아보러 왔다고 말하면 얼굴부터 굳더라"며 "대신 싸게 나온 월세방이 있다며 보여주겠다고 제안해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2. 강북구 D여대에 다니는 김씨(21). 학비는 학자금 대출로 마련했지만 자취방 월세를 벌기 위해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월세 빼면 남는 돈이 없어 학자금 이자 갚기도 벅차다. 반면 김씨의 친구는 지난해 희망하우징에 당첨돼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다. 월세가 김씨의 3분의1밖에 되지 않아 부러울 따름이다. �
김씨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인 것은 알지만 혜택 받는 사람이 너무 적다"며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은데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아쉽다"고 착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LH와 SH가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해 '대학생전세임대주택'과 '희망하우징' 등 제도를 마련했다. 학비 부담에 고민하는 대학생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지만 자격요건이 까다롭고 수혜대상도 적어 실효성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임대주택은 총 1만413가구다. 이중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이 1만 가구, 희망하우징이 413실이다.�
제도 시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제도는 자격요건에서 한계를 보였다. 지원가능 주택으로 전용 40㎡이하, 부채비율 80%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에서 이같은 조건에 맞는 전셋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가까스로 전셋집을 찾아도 집주인들이 계약을 꺼리고 있어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배씨도 같은 상황이다. 조건에 맞는 집을 겨우 두 곳 찾았지만 집주인이 번거롭다고 계약을 거부했다. 다른 한 곳 역시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하겠다며 거절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LH는 월세 직접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주거비를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서 지원하고 다시 회수하는 구조라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부채비율 조건을 80%에서 90%로 완화하고 공인중개사협회와 협의를 하는 등 수혜 주택을 넓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SH의 '희망하우징'은 전세임대주택보다 그나마 임대방식이 수월하다.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싼 가격에 임대하는 형식이라 당첨만 되면 계약 후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급물량 부족으로 대학생 주거안정 기여 정도는 미미하다.
지난해까지 공급된 희망하우징은 겨우 364실. 올해 물량은 정릉동 재건축 신규 물량이 추가돼 415실로 늘었다. 그래도 주거 안정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물량은 부족한데 지원 대학생은 급증했다. 지난 27일 268실(상반기)에 대한 입주자 신청 첫날 370여 명이 지원했다. 첫날 정원을 초과했다. 지난해에도 약 1000명 가량 몰리며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SH희망하우징 관계자는 "추가 물량은 없다"며 "박원순 시장이 내세운 임대주택 추가 공급 계획의 일부라 내년에 더 늘리자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지만 예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고 내다봤다.
SH가 떠안고 있는 부채로 인해 임대주택을 신축하거나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기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D여대 재학 중인 김씨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공급 규모를 늘리지 않는 한 희망하우징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학비부담에 시름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수혜가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원룸촌 전경. 대부분이 월세방으로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