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국어사전에서 ‘한산(韓山)모시’를 찾아보면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이 좋은 모시’라고 나온다. 예로부터 한산모시는 품질이 우수하며 섬세하고 단아하여 모시의 대명사로 불렸다. 특히 한산모시는 다른 지방의 모시보다 섬세하게 직조되었기에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한산모시짜기는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산모시는 모시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질감 좋고 질기고 가볍고 우아할 뿐 아니라 땀을 잘 흡수해 여름철 옷감 중 으뜸으로 칩니다. 백제시대부터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들어 고려시대에는 명나라와의 교역상품으로 유명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방연옥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가 베틀에 앉아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열살 전엔 어르신들이 하는 걸 보고 장난 삼아 배우기 시작했지만 어머니가 ‘모시는 너무 어렵다’며 안 가르쳐 주셨어요. 제가 결혼할 무렵엔 나일론 등 합성섬유에 밀려 모시 인기가 시들시들해졌고요. 어느 날 문정옥(85) 한산모시짜기 명예기능보유자께서 ‘제대로 배우고 싶으냐?’ 하시기에, ‘가르쳐주시면 배우겠습니다’고 말씀드렸더니 일주일에 3회씩 기술을 전수해 주셨어요.”
‘한여름의 비단옷’으로 불리는 모시는 배냇저고리를 비롯해 속곳, 겉옷, 베개, 커튼, 상보, 수건, 방석, 이불, 액세서리, 수의 등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최근 모시 잎에 담긴 칼슘이 우유의 480배라는 게 밝혀지면서부터는 모시차, 모시비누, 모시떡도 생산되고 있다.
“모시는 4000번의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서만 생산됩니다. 나무 껍질이 아닌 식물 껍질에서 실을 추출하기 때문에 자연 항균작용을 해 모시 이용자에겐 아토피가 없습니다. 수의로 모시가 사용되는 것도 벌레 침입을 막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만큼 친환경적이라는 뜻이다. 모시가 귀하던 시절엔 일반인들은 모시 옷을 입지 못하게 규제하기도 했다. 그래서 ‘모시로 수의를 해서 입으면 후손이 머리가 하얗게 센다’는 말을 일부러 퍼트리기도 했다.
“하루에 5∼6자밖에 짤 수 없으므로 모시 한 필(21.6m)인 36자를 짜려면 일주일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최고급인 상저(세모시)는 한 필에 150만원, 중저는 100만원, 막저는 60만원쯤 합니다. 이걸로 애들 교육하고 식구들이 먹고 살았으니 힘들지만 고마운 일이지요. 더욱이 문화재청과 서천군에서 한산모시 활성화를 위해 여러모로 애를 써 주시니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산모시짜기 도구들. |
“특히 입술과 이, 혀, 침을 이용해 째기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입술에 피가 나고 이가 부러지고 골이 파이고 해 ‘이골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예요. 저도 요즘 이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거든요.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옛날엔 움막을 파거나 토굴 안에서 소금 가마니를 깔고 작업을 했는데, 그래도 요즘엔 가습기가 있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지요.”
한산모시전시관. |
서천=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