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간섭, 이혼하자" 이해 못한 남편이…

2012. 2. 28. 09:0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시부모 간섭, 이혼하자" 이해 못한 남편이…

[피플인터뷰]서울가정법원 백은형·심은지 전문 가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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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되는 가사사건은 총5만3000여건. 각 사건의 당사자들은 서류와 법정에서의 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사정을 강변한다. 때문에 다툼의 배경과 정확한 사실, 당사자의 심리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법원은 '가사조사관'제도를 운영한다.

가사조사관은 이혼소송 등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담당한다. 또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고민과 문제점을 파악,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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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에서 전문 가사조사관으로 근무하는 백은형(39·왼쪽)·심은지(37) 조사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 2005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근무한 백은형(39)·심은지(37) 전문 가사조사관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따뜻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백 조사관은 자신이 맡았던 한 이혼사례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시부모의 간섭이 심해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 사건이었다. 이혼요구에 남편은 "부모의 문제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내도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하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나 상담과 외부 집단상담프로그램을 거치며 남편의 태도가 변했다. 뭣보다 자신이 아닌 아내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된 것. 백 조사관은 "남편이 '계속 혼인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고 판단, (아내 입장에서) 이혼 요구를 수용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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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형 서울가정법원 전문 가사조사관(39)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백 조사관은 "이혼 소송 전 이 같은 노력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보였다"며 "이혼소송이 제기됐더라도 '끝이다'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조사관은 서울 모처에 양육환경조사를 나간 일을 떠올렸다. 수년전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남매를 맡은 목사부부가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사건이었다. 시간이 흘러 남매가 학교에 입학했으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이 안 돼 불이익이 생기자 법적 후견인으로 나선 것이다.

출장을 나선 심 조사관은 아이들과 이들을 담당한 교사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인 누나는 친엄마의 일을 물으면 모르쇠로 일관했고 동생은 "지금 엄마아빠(목사부부)도 좋지만 친부모랑 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학습을 나갈 때도 보험 가입이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는 아이들을 보며 심 조사관은 "어떻게 도울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심 조사관은 "당시 양육환경은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었지만 자격과 금전, 목적 등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대 해결할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법원은 이 목사부부의 신청을 받아들여 남매의 후견인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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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지 서울가정법원 전문 가사조사관(37)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현장에서 활동하다보면 부딪히는 어려움도 많다. 심 조사관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아버지가 폭력성향을 띨 경우 신변의 위험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백 조사관은 "예민한 상태로 법원에 오면 조사관을 안 믿거나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경향도 있다"며 "사실관계 파악과 더불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력자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전문조사과 확대가 필요하단 지적도 덧붙였다. 한해 서울가정법원에 제기되는 이혼사건은 약 1만여건. 이 가운데 4500건 정도가 가사조사관의 손을 거친다. 그러나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활동하는 전문조사관은 15명에 불과하다. 일반 사무직 12명도 조사관으로 활동하지만 당사자의 상담과 심리검사 등을 전담하는 전문조사관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동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전문 조사관 확충이 시급하다"며 "직급과 대우 등 이들의 처우 개선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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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에서 전문 가사조사관으로 근무하는 백은형(39·오른쪽)·심은지(37) 조사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