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2030세대들의 놀이문화

2012. 3. 14. 09:0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영화처럼… TV처럼… 즐거운 삶의 주인공이 되다

달라진 2030세대들의 놀이문화
인터넷·SNS 통해 취미 공유 소모임 만들어
오프라인서 여행·게임·운동 등 여가 즐기기
“자발적 참여 적극적 삶 누리려는 세태 반영”
세계일보 | 입력 2012.03.13 20:02 | 수정 2012.03.13 20:18

"원숭이? 팔이 길다고? 아, 긴팔원숭이!"

10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는 때아닌 20, 30대 청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수십명씩 무리를 나눈 젊은이들은 대공원 곳곳에서 이어달리기, 스피드 게임과 서바이벌 게임 등 놀이에 흠뻑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동물 사진을 보고 몸으로 흉내내 맞히는 '스피드 게임, 몸으로 말해요'에서는 어색한 몸짓이 우스운지 연신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면서도 진지하게 참여했다.

'2030세대의 놀이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술을 마시거나 노래방 또는 클럽에 가서 유흥을 즐기는 것이 전부였던 젊은이들의 놀이문화가 영화나 TV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스스로 '삶의 즐거움'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학번인 이들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취미와 놀이 성향이 비슷한 동료를 찾아 소모임을 만든 뒤 오프라인에서 만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여행, 스포츠, 게임, 등산, 예능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1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벌어진 스피드 게임에 참가한 '위너플' 회원들이 스피드 퀴즈 '몸으로 말해요'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임'인 '위너플(winner players)'이다. 이 모임은 죽기 전까지 실행하고 싶은 소원 목록을 성취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온·오프 라인 모임인데, 현재 회원 수만 1700명에 달할 정도로 20, 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대공원 놀이 모임도 위너플이 주최했다. 이날의 메인 이벤트는 '셜록홈스' 놀이다. 참여한 젊은이들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본떠 동물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 나서는 가상의 추격전에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진범을 찾기 위해 주어진 3시간 동안 서로 의심하고 때로는 머리를 맞대면서 미션을 수행해 나간 끝에 시간 내 진범을 밝혀내며 게임을 끝냈다.

위너플 운영자 송명엽(28)씨는 "많은 사람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20대와 30대를 넘어서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위너플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서바이벌 게임이나 오지체험 여행, 스포츠 모임 등 셀 수 없이 많은 소모임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다음이나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 등을 검색하니 젊은이들의 이색적인 놀이모임이 눈에 많이 띄었다. '평범한 여행은 거부한다 우리는 캠핑전문 모임' '국내오지마을 방문 모임' 등의 여행 동호회도 있었고, 야구나 축구 등 잘 알려진 구기운동뿐만 아니라 스킨스쿠버나 수상스키 같은 모임도 활발했다. 서바이벌 게임은 전국 대도시별로 동호회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20, 30대 젊은이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삶을 누리려 드는 모습이 요즘 세태를 잘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전의 여가 형태를 벗어나 재미있으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형태를 만들어 참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서지희 기자 g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