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2년..'위기극복의 연속'

2012. 3. 21. 08:41C.E.O 경영 자료

이건희 회장, 경영복귀 2년..'위기극복의 연속'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오는 24일로 경영복귀 2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24일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자"라는 경영복귀의 변을 내놓았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복귀를 위한 명분쌓기용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복귀한 후 2년간 글로벌 시장은 실제로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크나큰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그 와중에도 '위기경영'을 강조한 삼성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회장 복귀후 2년을 되짚어 본다.

◇글로벌 기업들의 명멸=지난해 1월 132년 역사를 자랑하던 코닥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올해 2월에는 일본 D램 업계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엘피다가 파산 신청을 했다. 휴대폰 시장 40%를 점유하며 절대강자의 지위를 놓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던 노키아는 감원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추격하기 위해 열심히 뒤쫓던 노키아는 더 이상 삼성 앞에 있지 않았고, 노키아의 추락과 함께 추락의 위험에 빠졌던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는 재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으로 말을 갈아타며, 새 강자로 부상한 애플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계 TV의 대명사였던 '소니'도 마찬가지다. 소니의 TV 부문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TV사업을 접을 위기까지 직면해 TV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일본 소형 디스플레이 업계나 대만 반도체나 LCD 업계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는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 3사가 연합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합작사인 '재팬 디스플레이'를 곧 출범시킬 예정이다.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이 토요타도 지난 2년 새 위기에 봉착했다.

◇이 회장의 출근..내부 혁신과 글로벌 도전 박차=2010년 3월 24일 경영복귀 후 이 회장의 일상은 두마리 토끼잡기의 연속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삼성 내부 추스르기였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정기출근하면서 그동안 흐트러졌던 내부 조직을 다지고, 글로벌 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했다.

사내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젊은 삼성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도 단행했다. 7월에는 '삼수' 끝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쾌거도 이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5조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사상 두번째로 많은 16조 250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 복귀 후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투자 집행을 통해 임직원이 힘을 합쳐 낳은 성과다.

◇삼성의 향후 과제=이건희 회장은 여전히 '위기의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럽발 글로벌 재정위기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더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요즘도 서초동으로 출근해 주요 CEO들과의 대화에서 인재의 중요성과 혁신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근 TV 부문 경영진들과의 회의에서도 우수인재 확보에 더 힘써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년후, 10년후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만큼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키'가 인재라는 이유에서다. 훌륭한 인재만 확보하면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미래 먹거리'와 함께 삼성이 생각하는 또 하나의 화두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되기'이다.

삼성 최고경영진들에게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그의 대동소이하게 이런 답이 돌아온다. 사회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려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 전쟁터에 나가서 뿌듯한 승전보를 들고 와도 정착 제 나라에서는 제대로 환대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 원인이 삼성 내부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화하려는 삼성의 모습을 지켜봐주는 국민들의 따뜻한 눈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논란 과정에서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손을 땠다. 아이마켓코리아가 그렇고, 아티제가 그랬다.

이건희 회장 복귀 2년간의 변화는 '제2 신경영'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글로벌 초일류기업과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제는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