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3. 09:18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이사람] 행동 ‘개조’보다 아픈 마음 ‘치유’ 먼저
한겨레 입력 2012.03.22 20:30
[한겨레]대학생 김효진씨의 '거리 청소년' 극복기
대학 새내기인 김효진(19·사진)씨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말하는 '불량 청소년'이었다. 중·고교 시절을 친구들과 떼를 지어 지나가는 학생들한테 돈이나 옷·가방 같은 물건까지 빼앗기도 했다. 엄마는 재혼한 남편과 사별한 뒤 받은 스트레스를 딸에게 폭력적으로 풀었다. 김씨는 그 고통을 다시 다른 학생들한테 폭력을 쓰는 것으로 견딘 것이다.
고1 때 엄마마저 돌아가신 뒤로 그는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학교를 자퇴하고 친구들과 정처없이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문득, 다른 아이들은 다시 돌아갈 집이 있지만 자신은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삶의 의욕을 잃고 죽을 결심을 했다. 고향에서 삶을 끝내자는 생각에 부산에서 경기도 평택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마침 옆자리에 목사가 앉았다. 그날 그 목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김씨의 삶도 달라졌다.
힘겨운 가족사 폭력으로 풀어
자살직전 만난 목사 통해 변화
또래 아이들 도우며 배우 꿈꿔
김씨는 목사의 제안으로 2년 전부터 서울 관악구에 있는 쉼터인 '들꽃청소년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곳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거리나 학교에서 그는 '문제아'였지만, 쉼터에선 유별난 존재로 취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좋았다. 밴드 활동, 도보여행 등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알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부천역이나 안산역에 나가 거리의 청소년들과 어울리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들을 보며 불과 2년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고, 지금 그들을 돕는 자신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겼다. 다양한 삶을 경험해볼 수 있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장안대 연기영상학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지난 21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최로 열린 '2012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발표자로 섰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른들은 청소년의 행동을 고치려고 하는데 그건 쉬워요. 그러나 그건 잠시 바뀌는 것뿐이에요. 중요한 건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바꾸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는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지만, 하고 싶은 게 있고 목표가 있으면 폭력을 쓸 시간이 없어요. 인성교육에 앞서 아이들이 '국·영·수' 말고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이경미 기자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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