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쇼핑몰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의 외관. 이곳은 2008년부터 건물의 18∼20층을 ‘이스트게이트 타워호텔’로 운영한 데 이어 지상 22층 건물 전체를 호텔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의 관광호텔이 포화 상태다. 지난 5년간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수요는 30% 늘었지만, 새로 공급된 객실은 8%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하나투어 ITC 이상훈 차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숙소를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설)이 있던 한 주 동안 이 차장이 숙소를 잡아준 중국인 관광객은 1000여 명. 여행 상품 가격에 맞는 호텔방을 찾았지만 이미 서울과 경기도 호텔은 동났다. 결국 충청도 지역의 호텔까지 섭외해 간신히 방을 구했다.
관광 호텔이 이처럼 ‘특수’를 누리면서 최근 빌딩 소유자들과 관련 업체들은 너도나도 호텔 건립에 나섰다. 본지가 서울시와 25개 구청을 통해 서울시내 호텔 건립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현재 호텔이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이 예정된 곳이 모두 86곳, 2만1000실에 달한다. 이미 건설이 확정된 곳만 40곳(6312실)이고 건설 승인이 추진 중인 곳도 46곳(약 1만5000실)이나 된다. <그래픽 참조>
서울 서대문구 미금동 소재 어르신 전용 극장인 청춘극장은 2월 초 은평구 연신내로 자리를 옮겼다. 화양극장으로 문을 연 지 40년 만의 이사다. 원래 있던 자리에 300개 객실을 갖춘 관광호텔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도심에 있는 업무용 빌딩을 아예 호텔로 용도 변경을 하는 곳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 남대문로 삼성 본관 맞은편에 있는 동성빌딩도 이 빌딩 소유주인 마스타건설이 호텔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명동 밀리오레와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는 아예 쇼핑몰 사업을 버리고 호텔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호텔 붐이 불면서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호텔을 짓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호텔 명동이 일반인 투자자 모집에 나섰고,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하이엔드 호텔이 분양 중이다. 지난해 4개 리츠 펀드가 호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도 호텔 리츠 1개가 설립된다.
서울시와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1100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즈니스 호텔급 이상 숙박시설 4만4300실이 있어야 한다. 반면 서울시내에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숙박시설은 2만8900실에 불과하다.
호텔 공급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빠른 관광객 증가 속도에 맞출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호텔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특별법’을 7월부터 시행한다. 호텔컨설팅업체인 컴포텔의 김형진 부사장은 “국내 호텔시장이 특1급 호텔 위주여서 해외 여행객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료 10만원 내외의 비즈니스 호텔이 부족 하다”며 “호텔 건립과 전환에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창희·최모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