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허위트윗 총선서 안먹힌 진짜 이유는

2012. 4. 22. 12: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공지영 허위트윗 총선서 안먹힌 진짜 이유는
<인터뷰>트윗119 운영 집단계정 폭파막는 박경귀 참개인가치연대 대표
"4.11서 SNS 판도, 묻지마 트윗에서 사실과 논리 중시 쪽으로 바뀌어"
김소정 기자 (2012.04.21 06: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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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귀 참개인가치연대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9대 총선 결과를 놓고 ‘나꼼수와 SNS에 기댄 민주통합당의 패배’라는 평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사실상 4.11 총선에서 SNS 판도가 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운동가이자 트위터에서 집단 계정폭파를 막는 ‘트윗119’를 운영 중인 박경귀 ‘참개인가치연대’ 대표(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는 “트윗을 하는 횟수를 보면 여전히 야권이 우세하지만 지난해 10.26 재보선 때와 비교할 때 이번 4.11 총선에서 SNS의 환경이 사실과 논리를 중시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주장의 배경으로 신규 진입자가 늘어난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그는 “과거 SNS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주장이 많았다면 이제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트위터리안이 늘어나면서 허위주장이 힘을 잃게 됐다”고 평했다. 가령 이번 총선일에 소설가 공지영 씨가 ‘타워팰리스 투표율 78%’라는 미확인 정보를 리트윗한 사건이 금방 효력을 잃은 사실도 박 원장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공 씨의 경우 36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어 잘못된 정보를 트윗할 경우 그 파급력이 상당하다. “다행히 공 씨가 리트윗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는 정보 역시 신속히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SNS에 사실 확인을 중시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당시 공 씨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행위를 비난받자 트위터의 특성상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항변했지만 SNS의 정보가 사회적인 가치를 가지려면 이용자의 정직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최근 들어 스타 트위터리안은 아니지만 건강한 중소 트위터리안이 늘어나면서 SNS 환경을 바꾸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전 선거보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SNS의 위력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우리 SNS 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분석을 여럿 내놓았다. 먼저 “SNS의 내용이 정치 일변도에다 그 기저에 진영 논리가 강하게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 박경귀 참개인가치연대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평소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소설가 이외수 씨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 지지 발언을 한 것은 더할 수 없이 건강한 발언이었지만 무수한 지지자들로부터 총 공세를 받은 것을 볼 때 결국 스타 트위터리안을 만들어내는 힘은 ‘사람’이 아니라 ‘가치’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런 진영 논리는 각박해서 자신들의 논리에 안 맞으면 즉각 비난하고 심지어 집단 블럭으로 상대방의 트윗 활동을 멈추게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가 더욱 획일화되고 고착화될 수밖에 없고, 사회를 양분화시킨다”고 지적했다.

SNS 이용자의 1%를 차지하는 스타 트위터리안이 전체 내용의 30%를 차지한다는 분석은 이미 나온 바 있다. 이에 더해 박 대표는 “트위터 활동 대부분을 리트윗이 차지하면서 특정 개인의 의견이 재생산되는 경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경향이 유독 현재 야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고, 결국 컨텐츠를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획일적인 의사가 트윗이란 새장 속에서 순환되고 있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트윗 소재가 단편화되면 인식의 편식 현상을 불러오고, 결국 파워 트위터리안을 자기도취에 빠지게 한다”면서 “예로 조국 교수가 트윗에서 평소보다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트윗에서 종종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접할 때 ‘벽돌이 필요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는 트윗에서 사용하는 은어로 ‘벽돌’은 ‘블럭, 차단’을 의미하고, 이는 문제가 되고 있는 계정폭파를 뜻한다.

이렇게 트위터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트위터 계정을 목표로 삼아 일정 비율의 이용자들이 스팸 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계정 정지를 유도하는 행위가 유행하자 이를 막기 위해 트윗119가 생겼다.

지난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 지역의원으로 당선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트윗 계정이 3번씩 폭파당하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트윗119 덕분에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에 해당 계정이 스팸 계정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시키면서 계정 복구를 청원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트윗119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이미 수천 건이 넘는 피해사례가 확인될 만큼 SNS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었다”며 “이는 트윗119를 오픈한 지 3개월여만에 1800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사실로도 증명된다”고 말했다. “계정폭파 신고자들의 공통점이 트위터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이거나 비판적 견해의 트윗을 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계정이 정지되는 것을 경험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본사와의 교류를 통해 트위터 계정폭파의 경우 분명 전 세계적으로 특수한 현상임을 확인했다”며 “비록 의도적인 계정폭파에 대해 트위터 본사의 공식 설명은 없지만 국내 트윗 이용자 중에서 직접 블럭을 걸어 계정을 정지시키는 실험을 해서 증명한 사례가 나온 것을 볼 때 분명 트위터의 스팸 방지 기능과 관련해 기술상의 오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박경귀 참개인가치연대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런 특수한 국내 트위터 환경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현재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보여주는 순기능 많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SNS에선 누구라도 계급장을 떼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측면에서 한마디로 ‘소통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박 대표는 “SNS는 함정도 있다. 아직까지 SNS의 이용자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SNS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전체로 볼 수 없는데도 정책 결정자들이 SNS의 반응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SNS가 단기적인 시대 반영에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세워나가는데 중요 도구는 될 수 없고, 이런 점에서 정치인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트위터는 분명 개인 미디어로서 기능을 하는 만큼 스타 트위터리안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이런 인식이 있었다면 지난 개그만 김미화 씨의 ‘대전시향의 사적 동원’ 발언이나 공지영 씨의 타워팰리스 투표율 발언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SNS의 순기능을 살려서 소통의 장으로 삼기 위해선 이용자들의 진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SNS가 많은 지식인들의 참여로 다양한 컨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특히 지도층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속성과 파급력을 특성으로 하는 트위터에서 허위정보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물론 SNS를 대행하거나 홍보용으로 이용해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