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200억원' 환경미화원 있다, 누구?

[머니투데이 이미호기자][봄비 '한번' 내릴 때 경제적 가치…212.6억]

'일당 200억원' 환경미화원 있다, 누구?

봄비 '한번' 내릴 때 경제적 가치…212.6억 머니투데이 | 이미호 기자 | 입력 2012.04.25 18:38 | 수정 2012.04.26 07:56

 

지난 24일은 반팔을 입어도 무난할 정도로 덥더니 하루만에 비가 내리고 강풍이 몰아쳤다. 비나 눈, 태풍 등 자연현상이 주는 이점과 단점을 돈으로 따질 수 있을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그 경제학적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 '봄비' 돈으로 따져봤더니…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연구소가 25일 공개한 '기상기후현상과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 연구결과'에 따르면 봄비가 한번 내릴 때 경제적 가치는 최소 212억6000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가 내리면서 대기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205억6000만원으로 가장 크다. 여기에 수자원 확보라는 가치가 7억원 정도로 212억6000만원이 된다.

얼핏 '물을 저장한다'는 개념에서 생각하면 수자원 확보 가치가 클 것 같지만 봄비의 '대기질 개선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산불피해 예방(산불피해 복구비 절감) 효과 최소 1억원, 가뭄피해 경감(가뭄피해로 인한 생활고통 해소) 효과 10억원을 더하면 '봄비'의 경제적 가치는 최소 223억6000만원으로 더 커진다. 특히 산불예방 측면에서 보면 비가 오지 않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봄비의 경제학적 가치는 커진다고 연구소측은 설명했다.

김백조 국립기상연구소 정책연구과장은 "비가 2~3일만 안내려도 차량의 배기가스 등 여러가지 이유로 대기질이 쉽게 악화된다"며 "서울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 등을 고려해 환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최근 3년간(2009~2011년) 4월 중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12번의 사례를 대상으로 했다. 기후평년 자료 산출 지점 45소 가운데 90%이상에 0.1mm이상의 비가 내린 곳(제주도 제외)이 사례에 포함된다.

◇태풍, 강설의 경제적 효과는?

이밖에 태풍과 강설의 경제적 가치도 눈길을 끈다.

2007~2009년 발생한 태풍의 긍정적 가치는 8052억원(수자원확보 7103억원, 대기질개선 918억원, 적조방지 31억원)인 반면, 총 피해액은 10조1000억원(홍수, 산사태, 해일 등)으로 추정됐다. 태풍은 '긍정적' 영향보단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강설의 경제적 가치는 8254억4000만원(2010년 기준). 수자원확보 40억4000만원(댐 6억6000만원·가용 33억8000만원), 대기질 개선 252억9000만원, 봄 가뭄 피해 경감 7957억8000만원, 산불방지 4000만원, 스키장 운영개선 2억9000만원을 합한 수치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의 경우 봄 가뭄 피해를 경감하는 효과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는 비 보다는 눈이 오랫동안 토양에 잔류해 수분을 증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기상현상, '언제부터 돈으로 따져봤을까?'

사실 기상 및 기후변화 등 환경가치를 돈으로 따져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나 눈, 태풍과 같은 비(非)시장재의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기술적·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많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이변에 따른 이득과 손실액을 따져보는 것은 사회 및 경제적으로 투자 관련 대비 손실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기상이변이 한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학계에서 기상현상의 경제적 가치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1989년 3월 24일 미국 알래스카 주 남쪽 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때문이었다.

다국적 석유회사인 엑손(Exxon) 소유의 유조선 발데스(Valdez) 호가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면서 약 3만 7000t에 달하는 원유가 흘러나왔다. 이는 2007년 12월, 태안반도 사고로 유출된 기름보다 3배가 넘는 양이다.

사건 발생 직후 회사 측의 책임 규명 및 피해보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미국 정부는 피해지역에서 나는 해산물로 생계를 꾸리던 어민들과 위락시설 소유주들, 관광업자들의 경제적 피해 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에 내재하는 가치를 파괴한 행위까지 피해액수를 따져야 했다.

이를 계기로 미 상무부 산하 연방해양대기국(NOAA)은 기름유출 피해를 화폐가치로 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상현상 및 이변을 '경제적'으로 산정하게 된 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