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불황에 장사없어요" 최대 70%까지 `땡처리`나서

2012. 5. 11. 19:30생활의 지혜

백화점 "불황에 장사없어요" 최대 70%까지 `땡처리`나서
할인율 10~20%론 소비자 꿈쩍도 안해
늦추위후 바로 더위…봄 상품재고 넘쳐
기사입력 2012.05.11 17:09:28 | 최종수정 2012.05.11 17:34:27

백화점이 봄 재고 상품을 해소하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 할인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사진은 1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의류 균일가 행사. <이충우 기자>

깊어지는 불황에 백화점 등의 `땡처리`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10~20% 할인 행사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자 유통업체들이 최대 50~70%에 이르는 할인율을 내걸고 쌓여 있는 봄 상품 등을 팔고 있다.

특히 일부 백화점의 경우 본점에서 진행했던 파격 할인 행사가 다른 지역 점포로 확산되는가 하면 신상품을 찾아다녀야 할 상품기획자(MD)가 땡처리 물량 확보를 위해 협력사 창고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4~8일 본점에서 진행한 `구두ㆍ핸드백` 파격 할인 행사의 성과가 매우 좋았다"며 "다른 지역 점포에서도 봄 상품 재고정리와 불황 극복 등을 위해 비슷한 취지의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 백화점 본점은 지난 4~8일 탠디ㆍ소다 등 36개 브랜드가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구두ㆍ핸드백 할인 행사를 열었다. 최대 할인율이 70%여서 업계에서는 `땡처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 행사의 경우 특히 예년과 달리 참여를 희망하는 협력사들이 몰려 규모가 커졌다는 게 백화점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할인 행사를 통해 첫날에만 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총 27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는 본점 행사장의 1개관에서 진행한 이벤트 중에서는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이다.

본점의 파격 할인 행사가 좋은 성과를 내자 회사 내에서 `성공사례`로 회자됐다. 특히 늦추위 후 갑자기 찾아온 더위로 봄날씨가 실종된 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봄 상품 재고가 쌓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점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점포로 파격 할인 행사를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불황과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10~20% 할인해서는 소비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50% 안팎의 할인율은 돼야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고 지갑도 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본점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점포들도 파격 할인을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며 "협력사들도 봄 재고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예년 같으면 신상품을 찾아다니고 있을 MD들이 협력사의 창고를 찾아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행사 등을 기획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1~15일 9층 행사장에서 10만여 점 의류를 준비해 봄 이월상품을 중심으로 30~70% 할인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등은 유명 브랜드 가방을 30~50% 할인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3~5월 여성ㆍ아웃도어ㆍ영패션ㆍ잡화 등 봄 신상품 소진율이 평균 40% 이상을 웃돌며 두 자릿수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반면 올해는 봄 의류 신상품 소진율이 30%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0%에 가까운 봄 신상품 의류는 행사를 통해 할인 판매하거나 이월상품으로 처리해야 할 판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 행사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봄옷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아웃렛에도 재고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이달 신세계첼시 프리미엄아울렛에서 티셔츠 등 봄철 의류 물량은 예년 대비 20% 증가했다. 신세계첼시 관계자는 "폴로 랄프로렌의 후드나 니트 제품은 작년만 해도 재고가 없었지만 올해는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일부 상품들은 추가로 40% 이상 할인 판매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사뿐 아니라 패션업체들도 봄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다. 제화 브랜드 A업체는 이달 초 올봄 신상품을 백화점 행사장에 풀기로 결정했다. 총 10억원어치, 1만켤레에 달하는 신발을 본매장이 아닌 행사장에 `떨이`로 판매하는 것. 신상품은 정상 판매가를 받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가격을 30~70% 인하해 내놓기로 했다.

B의류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재미를 못 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트렌치코트 등 올봄 의류 생산량을 5~10% 늘렸다"며 "그러나 작년보다 10% 이상 판매가 줄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 차윤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