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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이장규 부국장·산업부장
'일본의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가 탁월한 리더십 아래 신무기인 조총을 앞세워 일본을 제패했듯 '한국 샐러리맨의 신화'인 윤 위원장은 '특허 없이 미래 없다'라는 기술중시 경영을 무기로 삼성전자가 일본의 아성을 넘어 세계 전자시장을 제패하는 신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기업인으로서 저의 일생은 지식재산과 함께한 시간이었다"며 "입사 초기에는 TV나 반도체 설계 등 지식재산을 창출하는 활동에 시간을 보냈고 경영자로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지식재산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필수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40여년간 기업에서 지식재산 창출에 청춘을 바친 윤 위원장은 '고희'를 앞둔 나이에 '지식재산 강국 코리아' 실현을 진두지휘하는 '지식재산 전도사'로 변신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40여년 기업인으로서의 경험을 '지식재산 강국'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게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식재산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자원'으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진정한 지식재산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식재산의 효과적인 보호가 중요하다"면서 "손해배상금의 현실화와 특허분쟁해결제도의 신속·전문화 등 제도 강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글로벌 기업이 된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기 기대한다"는 윤 위원장을 지난 17일 서울 수송동 이마빌딩 4층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집무실에서 만나 지식재산 전반에 대한 혜안을 들어봤다.
―지식재산을 쉽게 설명하면.
▲지식재산(IP)이란 인간의 지적활동을 재산적 가치로 인정한 것이다. 특허제도는 지난 1457년 중세 베네치아에서 직조기술의 독점을 보장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이어 1624년엔 영국의 전매조례가 생겼다. 저작권 제도는 1709년 영국의 앤여왕법에 의해 인쇄물의 저작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가나 기업에 있어 지식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토지, 노동, 자본 등 물적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반면 지식재산은 고부가가치 창출로 고용과 창업의 기회를 생성하는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진학률이 높은 고학력 사회에서는 지식재산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식재산은 양적으로 발전했지만 질적으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지식재산 수준과 미래 전망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 세계 3위,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 세계 최단기간인 62년 만에 특허등록 건수 100만건 돌파 등 지식재산권 양적 성장 규모와 속도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다. 그러나 질적 측면에서는 지식재산 수지 적자 규모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등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특허의 사업화도 활발하지 못하고 콘텐츠 개발도 미약하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지식재산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2011년 지식재산권 보호지수(IMD)가 59개국 중 31위에 불과할 정도다. 지재권 침해 시 손해배상액 확대와 법원의 전문성과 신속성 등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의 설립 배경과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창업자가 모두 대학을 중퇴한 것과 아이디어 하나로 창고에서 시작해 10년 이내에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들도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해 10년 안에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국가지재위의 설립 배경이자 역할이다.
―초대 국가지식재산위원장으로 취임한 지 8개월이 됐다.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바쁘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 출범 후 사무국인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을 설치하고 21개 부처 16개 광역지자체를 아우르는 지식재산 정책 추진체계를 정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제1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지식재산 강국 원년 선포식'을 개최했다. 올해 4월에는 '국가지식재산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이어 추가적인 업무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의 규모와 체계를 좀 더 안정적인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테크노 CEO'답게 삼성전자 재직 시절 기술중심 경영을 펼쳐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었는데.
▲1966년 삼성그룹에 처음 입사했을 때 지금의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를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직원 36명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격물치지의 마음으로 일본에 기술을 배우러 갈 때만 해도 소니 등 일본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초월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성장은 내가 한 게 아니고 임직원들이 한 거다. 나는 CEO로서 방향만 잡아줬다. 초기엔 힘들었다. 자주 모여 임직원들과 모여서 밤새 토론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뒤 전직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컨센서스가 생겼다. 조직 얼라인먼트(정렬)를 위해 한 달에 한 번 월례사를 했다. 8분 이내에 3가지만 얘기했다. 연초 신년사는 7분 이내에 했다. 12년 반복했다. 1년에 100일 이상 해외 나갔다. 그때마다 인사와 경리담당자를 데리고 갔다. 현장에 가서 봐야 제대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FTA가 잇따라 발효되면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 환경이 확연히 달라졌는데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FTA로 인한 변화를 반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바람직한 정책적 대응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FTA를 계기로 국내 지식재산제도를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선하고 기업은 FTA 이후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을 발휘할 수 있게 다양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50년간 고성장 산업화시대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던 우리나라가 지식기반사회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올라서려면.
▲지난 50년 우리나라는 선발주자를 뛰어넘는 후발주자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향후 50년은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된다. 즉 제품이 아닌 특허를 생산 판매하는 '특허 자본주주'의 시대가 된다. 따라서 남이 만든 길을 빠르게 따르는 능력보다는 통찰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보호하는 일도 중요해지고 있는데.
▲지식재산의 창출 활용을 위한 지원인프라는 상당 수준 갖춰졌지만 창출된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가 미흡하다. 특히 지재권 침해사건에서는 손해배상액이 적어 '설령 소송에서 지더라도 나중에 물어주는 게 싸게 먹힌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또한 저작권 침해 규모가 연간 2조1000억원, 위조상품 피해액이 1조4000억원 등 지식재산 불법 유통 규모가 막대하다. 국내 기업의 기술력 향상으로 기술 영업비밀의 해외 유출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효과적인 보호체계 확립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우리 위원회는 지난 3월 '지재권 분쟁 해결제도 선진화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분쟁해결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지식재산 보호 능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추세에 대한 시각은.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은 지식재산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실제로는 효과적으로 활용·재생산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다. 사업화를 위한 협력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유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식재산 탈취 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악의적인 특허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좌우명이 격물치지로 알고 있는데 어떤 속뜻이 있는지.
▲격물치지란 지혜를 얻기 위해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책상 앞에서만 있어서는 통찰력을 갖기 어렵고 현장을 찾아 지혜를 얻을 때까지 궁리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무슨 일에도 끝장을 보는 나의 성격은 격물치지의 실천을 통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정리=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약력 △69세 △경북 영천 △서울대 전자공학과 △삼성 입사 △삼성전자 도쿄지점장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