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60조 쌓아둔 국내기업들, 위기 버틸 체력은 있다

2012. 7. 14. 09:11C.E.O 경영 자료

현금 60조 쌓아둔 국내기업들, 위기 버틸 체력은 있다

"현 경기 상황은 안좋지만 電·車 점유율 상승 긍정적" 조선비즈 | 조재희 기자 | 입력 2012.07.14 03:06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내 기업들은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신시장을 개척하며 난관을 헤쳐가고 있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대기업들이 속출했던 것과 달리 현재 주요 기업은 위기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많은 돈을 쌓아놓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증시 상장사 635곳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총 60조8204억원. 지난해 4분기보다 14% 늘었다. 현금성 자산은 당좌예금이나 보통예금처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만기 3개월 이내의 자산을 말한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2009년 말 41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기초체력'은 국내 기업들의 안전성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가 3조5360억원을 확보해 가장 많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자인 SK하이닉스가 2조원 이상을 확보했고, 삼성중공업·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조선·자동차·철강 분야의 국내 대표 기업들은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다.

돈을 움켜쥐고 꼼짝않는 것은 아니다. 신규 시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1위의 국내 조선업계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경기 침체로 상선 발주가 뚝 끊어졌지만, 중국 등 후발주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드릴십(해양 자원시추선)과 원유생산설비 등으로 특화해 살길을 찾았다. 드릴십(Drillship)은 깊은 바닷속에 구멍을 뚫어 석유·가스 등을 시추하는 선박으로, 가격이 5억~10억달러에 이른다.

석유화학업계도 설비 효율성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해외 업체들은 이미 생산량을 줄인 곳이 많지만, 국내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일본 등과 달리 우리는 오일쇼크 등 외부 영향에 많이 노출되며 체력을 쌓아온 결과"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국내 유화 업체들이 2009년 최대 호황을 맞은 것과 같이 지금의 위기가 석유화학업계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업계 1위에 올랐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품질에서도 유럽·일본 자동차 메이커와 당당히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경기가 안 좋지만 전자와 자동차산업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기업들의 현금보유율이 높은 것도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을 버티고 향후 재도약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